청년의 꿈 빼앗는 채용비리 엄단해야
청년의 꿈 빼앗는 채용비리 엄단해야
  • 김광수
  • 승인 2019.02.2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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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표정사(黃標政事)’

  조선 단종 시대, 막강한 인사권을 가졌던 김종서가 왕에게 올린 인사명단 가운데 특정인물의 이름 위에 황표를 붙여 천거해 벼슬을 시켰다는 뜻의‘황표정사(黃標政事)’가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며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계기로 실시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 총 182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되었다.

 특히, 적발된 채용비리 182건 중 16건은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으로 밝혀져 충격은 더하다. 공공기관 고위 간부가 자신의 아들을 처음엔 임시직으로 뽑았다가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가 하면, 친한 동료의 딸에게 면접 점수를 몰아줘 합격한 경우도 발견됐다.

 우리지역 전북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내에서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전북대병원을 비롯해 남원의료원과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전주시 시설관리공단 등 23개 기관에서 33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하고,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 조사에서도 어김없이 채용비리가 발견됐다.

 정부는 채용비리가 발생한 기관 중 31곳은 수사 의뢰하고, 112곳은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수사의뢰 또는 징계 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임원 7명, 직원 281명 등 총 288명이다.

 임원 7명 중 수사의뢰 대상인 3명은 즉시 직무 정지하고 수사결과에 따라 해임되며, 문책 대상 4명은 기관 사규에 따라 신분상 조치가 이뤄진다. 직원 281명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검찰 기소 때 관련 절차에 따라 퇴출될 예정이다.

 주지하다시피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취업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구직자들의 채용기회를 앗아가는 반사회적 범죄이자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대표적인 생활적폐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많은 청년들이 촛불광장으로 모인 이유 중 하나는 ‘정유라 이대 부정입학 사건’과 함께 “돈도 실력이다.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이 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채용비리는 부모들에게는 ‘힘없는 부모라서 미안하다’는 자책감을 심어주고, 바늘구멍 취업문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취업준비생의 일자리를 약탈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취업 비리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회 신뢰는 무너진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출범 이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채용비리와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신의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에서 계속해서 발견되는 채용비리는 정부의 의지에 물음표를 던지게 할 뿐이다.

 이에 본 의원은 지난해 4월, 공공기관 채용비리 기관장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현행 공공기관 징계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채용비리 기관장 면죄부 퇴직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밖에도 ‘국회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된 국정조사 특별위원’으로 선출돼 국회차원에서 채용비리와 고용세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준비했지만, 거대 양당의 소모적인 정쟁 속에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 채 여전히 시계 제로인 상황이다.

 정부와 거대양당에 촉구한다.

 수많은 청년들의 눈물과 피땀 어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자녀 취업을 간절히 바라는 부모의 소망을 짓밟는 행위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하루빨리 국회 공회전을 멈추고 채용비리를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일자리를 약탈당해 좌절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광수<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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