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인물 작곡한 전북 25개 학교 교가, 개선 추진
친일 인물 작곡한 전북 25개 학교 교가, 개선 추진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9.02.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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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전북도교육청이 도내 각급 학교 교가에 남아있는 일제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대대적인 교가 개선 작업을 추진한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지난해 올바른 역사 교육 차원에서 도내 전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일제 잔재가 남아있는 교가를 수집·분석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작사·작곡가가 만들거나 군가풍, 엔카풍(일본 가요 느낌)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도교육청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교가 개선 작업에 나선다.

25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친일파 음악인으로 등재된 작곡가의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는 초등 5개교, 중등 20개교 등 모두 25개교로 집계됐다.

이들 학교의 작곡가는 김성태, 이흥렬, 김동진, 김기수, 현제명 등으로 과거에 강연·방송활동·국민개창운동 등의 분야에서 창작과 단체 활동을 통해 일제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자로 확인된 사람들이다.

구체적으로는 김성태와 이홍렬이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는 곳이 각각 8곳으로 가장 많았고 김동진 6곳, 현제명 2곳, 김기수 1곳으로 파악됐다.

도교육청은 친일 작곡가의 제자들이 작곡한 교가가 있다는 점과 1950년대 이전에 개교한 학교들 중 일본 군가풍과 엔카풍의 교가를 사용하고 있는 곳을 감안하면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내 학교 교가 가운데 일본 잔재가 묻어나는 가사를 보면 ‘조국에 바쳐’, ‘목숨 다하도록 이어갈 우리’, ‘한 길로 굳세렸다 남성의 건아’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역군’, ‘학도’, ‘건아’, ‘용맹’, ‘횃불’ 등의 단어도 눈에 띄었다.

음정 또한 현대 음악인 ‘도레미파솔라시’로 구성된 7음계가 아닌 일본 엔카 특유의 작곡 기법인 5음계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 작업에 참여한 소병수 중등음악교육연구회 사무국장은 “도내 초·중·고 8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일파 작곡가의 교가가 아니더라도 군가풍, 행진곡 풍 느낌의 교가를 많이 볼 수 있었다”며 “가사를 바꾸거나 교가를 교체하는 것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교육적으로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각 학교에서도 교가 개선 작업의 필요성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번 교가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교가 개선 작업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 신청을 받기로 했다. 주로 현재의 교육 방향이나 시대정신에 동 떨어진 내용들은 학교 구성원들과 협의를 거쳐 바꿔나가고, 중등음악교육연구회와 함께 작곡·편곡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올바른 역사 인식교육 차원에서 이벤트성 행사보다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교육과정 안에 녹여내고자 한다”며 “도내 음악교사를 중심으로 다음 달에 새로 신설될 민주시민교육과가 이번 교가 개선 작업을 도맡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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