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의 거장 오윤의 ‘애비’
민중미술의 거장 오윤의 ‘애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2.2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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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요일의 그림산책]<2>

 오윤(1946~1986)은 부조리한 우리 현실과 서민들의 진솔한 모습을 작품에 담아내는데 평생을 바쳤던 작가다.

 그의 작품 속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겨운 일상과 보통의 존재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리얼리즘의 시각에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민족의 한의 정서를 표출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현실을 읽어낼 수 있다.

 부산 출생의 오윤은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이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였으나,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두면서 민중판화 작업에 주력했다.

 정읍시립미술관의 ‘한국근현대명화전’에서 소개되고 있는 작품 또한 민족적인 정서를 바탕에 둔 판화작품이다.

 그의 판화는 목판화 특유의 강한 음영대비와 날카롭게 조각된 선을 통해 인간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 명쾌하게 표현된 특징이 있다.

 내용면에서는 농촌의 삶이나 자연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 있다. 또 고달픈 노동에 시달리는 빈민층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군사정권 시절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고통 받거나 소외 받는 민중의 이야기인 것이다.

 거칠고 투박한 느낌의 작가의 화법은 단순하면서도 무뚝뚝한데다 직설적이어서 대중에게 강한 호소력을 불러 일으킨다.

 작품 ‘애비’에는 그 당시 엄혹한 시대적 상황 속에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가로와 세로의 크기가 거의 같아서 누군가가 어떤 창, 혹은 프레임을 통해 애비와 아들이 직면한 상황을 마주보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그들은 왜 이 장면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아야 했을까? 아마도 작가는 삶의 현실로부터 그 시대의 미학적 언어를 깊게 고민했을 것이다. 시대의 엄혹함은 아비의 저 거친 손에 의해 그나마 견딜만했을 테지만, 함께 가던 길을 멈춰선 채 뒤를 돌아보아야 했던 것은 누군가의 부재이고, 사건이며, 참혹이었을 터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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