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미세먼지와 불편한 진실
농촌 미세먼지와 불편한 진실
  • 라병훈
  • 승인 2019.02.21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편한 진실”이란 말을 굳이 사전적 의미로 찾는다면 아마도 “이미 알고 있기에 외면해 왔던 진실” 즘이 되지 않을까? 우리에게 <톰소여의 모험>이란 소설작가로 잘 알려진 마크 트웨인은 이를 “ 인간을 궁지로 몰아넣는 건 무지가 아닌 잘못된 확신”으로 풀이한 바를 상기해도 그렇다. 그런 맥락에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잘못된 확신으로서의 “불편한 진실”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자문해 본다. 종교문제, 지진과 북핵문제, 빅데이터 등 부지기 수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과 생명을 위험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는 주범인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제일로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례로 몇 해전 미국 전 부통령으로서 보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환경운동가로서 우리에게 더 친숙해진 엘 고어가 직접 출연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영화가 세상에게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그는 킬로만자로, 히말라야 등 전 세계에 자연의 경이로움을 자랑하던 빙하와 만년설들이 인간들이 자초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민낯을 들어내고 피폐해져 가는 환경위기의 실체들을 100분 영상에 담아냄으로써 지구온난화로 인한 끔찍한 환경위기 극복을 위해 전 인류적 실천행동이 절실하다는 자연의 마지막 경고장을 간절하게 우리에게 전달해 준 바 있다.

 이러한 지구환경 파괴에 대한 우리의 “무지가 아닌 잘못된 확신”이 자초한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이 우리의 생명을 노리며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다. 다름 아닌 환경 파괴로 인한 대기 중 부유물질인 미세먼지라는 녀석이다. 최근 보사연의 국민의식조사 결과는 미세먼지가 지진. 북핵보다 걱정되는 국민 불안도 1위였다는 사실이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구글은 미세먼지를 지난해 상반기 검색어 1위에 올렸다. 몇 해 전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약 420만 명이 조기에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자료를 발표하면서 특히 한국을 지목하여 한해 2만 명 정도가 조기사망 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웃 중국은 공기정화용 인공강우 만들기 위해 신의 영역을 침범해 가면서까지 요오드화은을 담은 포탄을 장착하여 전략용 대공포나 지대공 미사일까지 쏘아대고 있다. 해결책을 위한 과학적인 효과 검증 여부를 떠나 미세먼지가 이처럼 공포의 대상인 것은 폐, 뇌혈관질환은 물론 폐암이나 방광암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로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정하고 있기 때문임은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의 소중한 생명산업으로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업부문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로부터 자유로우며 미세먼지의 청정지역일까?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최근 국정감사자료는 우리의 대기 질 연구와 정책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으로 추진됨으로써 미세먼지정책에서 소외되고 있음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안전지대로 믿어왔던 농업과 농촌마저 미세먼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이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실례로 최근 더욱 심각해져 가는 미세먼지 공습으로 지쳐 있는 농축산물 생산 기지인 영농, 농촌 현장을 가보면 여기도 도시처럼 숨이 막힌다. 야외활동이 많은 영농현장에 서야 하는 농민들은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들녘으로 트랙터를 몰고 있다. 차단벽으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 시설하우스 내 농작물마저 빛 부족으로 착과가 불량하고 수확이 반감될 우려가 높다는 전문가들의 걱정스러운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가축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호흡기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뚜렷한 대책도 없이 동분서주 부심하는 농민들의 현장대응 모습이 안쓰럽다.

 과연 우리는 그러한 농업부문에서조차도 미세먼지라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자책할 수밖에 없을까? 답답하게도 후련한 대안은 아직 이른 듯싶다. 그것은 여기에서도 우리 자신이 미세먼지를 자초한 “불편한 진실”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농업, 농촌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농업부문에서라도 미세먼지가 무지가 아닌 잘못된 확신이라는 “불편한 진실”의 벽은 깨져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생명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 농촌에 우선적으로 미세먼지 측정 장치를 집중 설치 운영해야 하며 조기에 극복하는 실용기술 개발 보급과 아울러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주는 방안 등 농민건강 대책 마련을 위한 국민적 지혜의 역량이 모아지길 소망해 본다. 미세먼지 대응은 적어도 농업부문에서만큼은 신의 영역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라병훈 미래농업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