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숙 하이쿠 선집 ‘붉은 꽃 지고’
박성숙 하이쿠 선집 ‘붉은 꽃 지고’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2.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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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숙 시인의 하이쿠 선집 ‘붉은 꽃 지고(신아출판사·1만5,000원)’가 출간됐다.

 하이쿠는 일본 고유의 단시형문학으로, 간결하고 정교한 문체가 매력이다. 제2차 대전 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하이쿠의 번역서 또는 해설서가 꾸준히 간행되고 있다.

 팔순을 넘긴 박 시인은 학창시절 익혀 써왔던 하이쿠들을 손질하고, 새로 지어서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시인은 일찌감치 하이쿠를 접했다. 한국전쟁으로 서울에서 전주로 피난 온 시인은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 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 하이쿠와 인연을 시작했던 탓이다.

 시인이 형상해 낸 하이쿠 시형은 우리 민족의 고유문학 장르인 시조와 유사한 점이 많다. 음운의 절묘한 구성으로 음악성을 높였고, 시의 삼요소인 음악적 요소, 의미적 요소, 회화적 요소가 함께 융합하고 있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봄날 며칠은/ 꽃 위에 달 쉬겠네/ 휘파람 새야”「봄날」

 “올린 술잔에/ 눈꽃 내려 앉으니/ 님이 오신 듯”「성묘」

 짧은 문장이지만, 긴 울림을 전하는 시로 눈 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듯하다. 자연과 인간의 소통을 담아내는 그릇은 그 크기가 상관없는 것이다.

 소재호 시인은 평론을 통해 “정식으로 하이쿠 창작 시인이 돼 한 권의 시집을 묶어내는 것은 다음 세기로 넘어가는 문화융성의 전기를 맞이함에 선구자적 공헌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 문단에 신선한 횃불을 든 박 시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박 시인은 전주여고와 교토불교대학을 졸업했고, 1969년 유네스코주부백일장 입선, 1991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이후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곡문학상, 해양수산부장관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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