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방향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방향
  • 이태호
  • 승인 2019.02.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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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의 시대’라는 흐름에 발맞추어 1990년대 중·후반부터, 특히 최근에는 광역시·도 단위뿐만이 아니라 시·군·구 단위의 기초지자체에서도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있다. 2019년 2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광역문화재단은 16개의 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있고, 지역의 기초문화재단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74개의 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있으며, 문화재단 출범을 준비 중인 지역도 많은 상황이어서 문화재단 설립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지난 2013년 12월 말 국회에서 <지역문화진흥법>이 통과됨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해가 지날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 정부 역시 100대 국정과제에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 ‘창작 환경 개선과 복지 강화로 예술인의 창작권보장’ 등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위해 지역에서 이런 기능과 역할들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매개할 수밖에 없는 곳은 결국 ‘지역문화재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역문화진흥과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지역문화재단의 설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화재단의 설립이 곧바로 장밋빛 청사진만을 제공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지역의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목적과 방향, 그에 따른 사업 및 운영결과 등에 따라 성패(成敗)의 결과가 사뭇 다르게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설관리 위주를 목적으로 탄생한 문화재단과 문화예술정책 개발과 예술가 및 예술단체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재단의 설립목적은 문화재단의 운영방향과 성격을 다르게 할 뿐만이 아니라 재단에 근무하게 되는 전문 인력의 특성에서부터 추진사업의 특성에 이르기까지 필연적으로 다른 결과물과 성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재단의 ‘설립목적과 방향’ 및 그에 대한 단계적인 전략들을 정확히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해당 지자체 집행부의 의지와 시의회와의 관계 등도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문화재단은 새로운 시대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문화예술정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적극적으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발굴하고 직접 실행하거나 관련기관과 연계해서 사업을 펼쳐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업을 추진함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문화재단에서 모든 사업을 직접 수행하려고 하는 의욕이나 열정(?)을 버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재단에서도 사업을 직접 수행할 수도 있지만, 지역 문화예술단체 등과 연계·협력하여 ‘지원’해주고 ‘매개’해주는 역할을 스스로 자처함으로써 다른 문화예술단체의 역량을 강화시켜줄 수도 있다.

 지역문화진흥을 위해 지역문화재단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지역문화진흥의 실현가능을 높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최근의 화두는 단연코 ‘문화자치와 문화분권’이다. 문화자치와 문화분권은 이제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핵심적 ‘가치’이자 ‘지향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역문화진흥법 등을 통해서 ‘지역’의 핵심적인 가치와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자치’로의 이행은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의 문화적 자생력과 자율성의 권리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분권’의 경우, 현재처럼 중앙정부에서 독점하고 있는 문화정책에 대한 다양한 권한과 문화사업의 추진에 필요한 재정 및 집행권한 등을 지방정부에 이양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문화분권’은 말 그대로 헛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문화분권’은 ‘문화자치’와 더불어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핵심적 ‘가치’이자 ‘지향점’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지역에는 광역단위의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단위의 지역문화재단이 공존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독자적인 역할을 갖고 있지만,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지역의 문화지형을 새롭게 만들거나 혹은 보완하기도 한다. 따라서 광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초문화재단의 역할을 분명히 정립해야만 한다. 광역문화재단이 큰 그림을 그리면서 지역문화진흥과 지역문화 정책실현을 위한 촉매자로서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역할을 한다면, 현장에서 직접 뛰어다니며 다양한 사업들을 실행하고 있는 기초문화재단에서는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사업실행과 지역문화 현장의 매개자 및 조정자 역할을 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태호<익산문화관광재단 사무국장/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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