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
있을 때 잘해!
  • 박종완
  • 승인 2019.02.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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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물을 건축학적으로 들여다보면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연결되어 면을 이루고 면의 구성이 공간으로 창조된다.

 이렇듯 하나의 공간에는 수많은 인자들이 제각각의 특성에 따라 제 위치를 찾고 규격과 모양마다 서로 다른 역할과 기능으로 조화롭게 구성돼 있는 것이다.

 너와 나, 우리들의 삶 역시 전자의 공간과 같이 각기 다른 다양한 개개인이 모여서 여러 가지의 모양과 빛깔로 구성된 크고 작은 유기체적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삼라만상의 시공을 구성하는 모든 인자들은 반드시 그 시작과 끝이 존재하며, 우리들의 삶 역시 유한함 속에서 저마다가 적기의 때가 있기 마련이다.

 어릴 적 동네 어귀의 육촌할아버지댁 헛간 담벼락에는 “수욕 정이 풍부지/자욕양이친부대”(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라는 글이 숯으로 쓰여 있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매일같이 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귀를 외웠지만, 그때는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었으나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아버님께서는 당신 몸은 돌보지 않고 바쁜 농사일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모든 열정을 쏟다 보니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어 자주 병원 신세를 져야만 하셨다. 그런데도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막걸리 한 사발로 고통을 감추시며 괜찮다고만 하시던 기억이 아련하다.

 어린 시절 나름 도리를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뒤돌아보면 철이 없었던 때라 간혹 젊은 혈기로 속단했던 기억이 부끄럽고 자책해보지만 이미 때는 지나고 아쉬움만 남는다.

 모든 가정이 걱정거리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어머님이 연로하시고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시는데 치매까지 찾아와 온 집안 식구들의 걱정이 크다.

 자식들이 힘을 합해 돌아가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어머님을 요양병원에 모셔야 할 형편인데 남의 손에 의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자식으로서 죄스럽고 송구할 뿐이다.

 그래도 지금은 그만그만하시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마음만 아프고 무겁다.

 지난 설 명절 아침에는 동생 내외가 병원에서 어머님을 집으로 모시고 왔다. 따뜻한 떡국 한 그릇이라도 대접하고픈 자식의 애달픈 마음이었는데 정작 어머님께서 입맛이 없다며 잘 드시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멘다. 까칠한 피부와 주름 가득한 어머님을 보면서 죄 없는 세월을 탓하며 평소 잘해드리지 못함을 후회해보지만 이미 때늦은 간절함만 남을 뿐이다.

 이렇듯 우리들은 대부분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고 나서야 후회하게 된다.

 항상 가지고 있는 것들, 늘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는 평소 익숙함에 소홀히 대하다가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 무엇보다 소중했음을 깨닫고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릴 적 헛간 담벼락의 글귀를 술술 외우고 다녔지만 정작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막상 때를 놓치고 나서야 하염없는 후회를 하게 되니 어느 가수가 부른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란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어떤 철학자는 “바보가 나중에 하는 일을 현자는 제일 먼저하고 둘 다 같은 일을 하지만 분명히 때가 다르다.”고 하였다.

 요즘 세상이 갈수록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한한 우리들 삶 속에는 저마다 때가 있는 법이다. 따라서 지나가버린 어제의 미련에 집착하거나 오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고 현재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한 오늘이 쌓이고 쌓이면 반드시 밝은 희망의 내일이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하자!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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