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재발견
취미의 재발견
  • 박인선
  • 승인 2019.02.17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 作 마을축제

 단골로 다니는 안과병원 벽면 곳곳에는 수채화작품들이 걸려있다. 취미삼아 시작한 원장선생의 작품 이다. 바쁜 일상이지만 주말이면 틈나는 대로 작품을 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의 대기공간이 갤러리가 되었다. 취미로 시작했을 작품들은 수준급이다. 잠시나마 환자들에게는 작품을 통해 마음속에 담아놓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다. 몇 번의 작품전을 했다고 하니 작가의 길에 오른 샘이다.

미국의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교수는“인생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 순간순간 몰입이 중요하다.”고 한다. 몰입에 의해 얻어지는 행복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얻어지므로 만족도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취미생활도 자신의 만족감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것이 음악일 수도 있으며 미술,무용,스포츠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나 좋을 것이다.

미국의 국민화가로 이름을 올린 모지스할머니(Grandma Moses 1860~1961)는 75세의 나이에 취미로 그림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늦은 나이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회고한다. “사람들은 늘 내게 늦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가장 고마워해야할 시간이에요.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무엇인가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죠.”라는 말로 자신의 작품 활동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늦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림소재는 자신이 살고 있는 한가로운 농촌풍경들이다. 그의 명성은 시골구멍가게의 벽에 걸린 작품을 루이스 칼더라는 미술품수집가의 눈에 띄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후 할머니의 작품은 미국은 물론 유럽의 주요도시에서도 순회전시회를 갖게 되었다. 작품은 엽서, 달력 등 인쇄용으로 공급되어 우리들에게 익숙한 그림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01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16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고 하니 할머니의 인생 후반기는 취미가 만들어 낸 멋진 자산이 된 샘이다.

젊어서부터 의욕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작가를 들자면 프랑스의 작가 앙리루소(Henri Rousseau)를 빼 놓을 수가 없다. 루소는 파리의 세관원으로 직업을 가진 평범한 샐러리맨 이었다. 그의 일상은 시간 나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조형의 기본도 갖추지 않은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이국적 풍경이라면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그의 열성적인 작업은 참가비만 내면 누구나 전시 할 수 있는 앙데팡당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성실함을 보아온 피카소는 루소의 독립 성향적 작품을 높게 평가 하면서 그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었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들 중에는 전공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아마츄어로 시작하여 예술의 역사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고흐와 고갱도 그렇고 가정환경 때문에 전문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자신의 입지를 닦은 박수근 화가도 취미의 연장선상에서 발전하였으며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빛을 보게 되었다.

젊은 시절 통키타를 배우면서 ‘로망스’ 한곡을 익히기 위해 손가락이 부르틀 정도로 매달려서 익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성취감이란 마치 멋진 뮤지션이 된 듯이 말이다. 주위에서 전문작가가 아니면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취미 할동을 하는 모습들을 보면 자신의 삶에 대한 잔잔한 향기가 묻어난다. 취미는 또 다른 에너지임에 분명하다.

 
박인선 정크아트 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