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관, 김지연 사진가의 ‘자영업자’전으로 기지개
서학동사진관, 김지연 사진가의 ‘자영업자’전으로 기지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2.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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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동면에 들어갔던 서학동사진관이 김지연 사진가의 시선이 머문 ‘자영업자’전시로 새봄을 맞는다.

 3월 2일부터 3월 31일까지 펼쳐지는 ‘자영업자’전은 힘든 삶의 현장 기록이기에 앞서 함께 생각하는 사회적 고민을 사진으로 풀어낸 시간이다.

 지난 시간, 오래된 낡은 건물이나 정미소, 이발소 같은 사라져가는 대상에 시선을 두고 그 소멸의 과정을 담담히 촬영해온 김지연 사진가가 자영업자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라지는 대상을 찍었다면, 이번에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서였다.

 김지연 사진가는 “사라지는 것이 단지 안타깝다는 생각만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의 이치고 시작이 있는 모든 것들은 끝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면서 “그러나 현재 존재하고 경쟁하며 살아야 할 대상이 타의에 의해서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렇게 시작된 이번 작업의 구상은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본격적인 스틸 사진과 동영상 촬영은 2016년 1월 2일에 시작돼 약 2년 여 동안 계속됐다. 총 45명을 촬영했는데, 그 사이 가게들이 폐업을 한 곳도 부지기수다. 이제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가게는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으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사진 속에는 열심히 일하면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살고자 했던, 그리고 살고자 하는 소박한 우리의 이웃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영업점을 배경으로 딱딱한 자세로 서 있거나 앉아있다.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스스로도 모르게 자기 연출을 하고있는 것인데, 이러한 연출은 가게의 배경과 교차되면서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표범 무늬 옷을 입은 다방 주인은 정면으로 플래시를 받아 하얀 얼굴로 무표정하게 서 있고, 이용원에서는 가운데에 서 있는 이발사 뒤로 메리야스만 입고 있는 손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연출된 것만 같은 포즈와 프레임, 구성으로 인물들 대신에 가게의 물건과 인테리어, 공간이 주는 이미지 등에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다.

 김지연 사진가가 이번 자영업자 연작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김지연 사진가는 “세상은 개체가 튼튼해야 안정된 사회라고 본다. 현란한 이상, GNP의 증가, 화려한 빌딩, 몇몇 재벌 상품의 세계화 등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며 “열심히 터를 닦아 놓은 가게가 갑자기 뜨는 동네가 되어 땅값이 부르는 게 값이 되고 그 터를 닦아온 영세 상가는 대책 없이 쫓겨나게 되는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들의 진솔한 목소리는 격앙되거나 흥분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의 모습을 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한때는 작은 가게라도 차려서 당당히 사장님 소리를 듣는 것이 작은 성공이라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처지에서 그래도 희망을 품고 자영업에 뛰어들어 실패를 보는 서민들을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다.

 강홍구 사진가는 “김지연이 찍고 기록한 자영업자들의 삶은 장편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극히 작은 부분과 파편들이다”면서 “그 파편들을 보기만 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영업이라는 세계의 단면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물론 이런 사실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짐작하는 것이지만 그런 사실들을 이미지와 육성으로 만날 때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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