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 살이를 엮다.
또 한 해 살이를 엮다.
  • 박성욱
  • 승인 2019.02.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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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초 한 해를 아이들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문장이 있었다. ‘꽃 길을 걷다.’ 그래 아이들과 한 해 동안 꽃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연분홍 꽃 핀 학교 뒷 산 진달래 핀 산길도 걸어보고 새 하얀 꽃 비 내리는 도립 미술관 벚꽃길도 걸어보았다. 먼 발치에서만 보고 지나친 복숭아꽃 핀 학교 앞 산 복숭아 과수원에도 갔다. 무엇보다 학교 앞 야생화 꽃밭을 정성껏 돌보면서 화단 사이에 난 조그만 길을 걸으며 계절따라 예쁘게 피는 꽃들과 대화를 했다. 제일 먼저 피는 노란 복수초를 시작으로 할미꽃, 매발톱, 참나리, 백양꽃, 벌개미취, 꿀풀 등 피고 졌다. 특히 아이들은 꽃범의 꼬리와 꿀풀을 좋아한다. 활짝 핀 꽃을 잡아당기면 꽃이 톡 빠지고 아래 부분을 입으로 빨아보면 달달한 꿀이 빨려 나온다. 가을에는 가을 향기를 가득 머금은 산국을 따다가 말려서 차를 만들었다. 씁쓸하면서 그윽한 향기를 지닌 산국차는 아이들 집중력 향상에도 좋다고 한다. 정성껏 만든 차를 조금씩 봉투에 담아서 아이를 손에 들려 보냈다. 추운 겨울에 부모님들과 함께 차를 한 잔 하면서 한 해를 돌아보고 새 한 해를 계획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렇게 꽃을 따라 온 한 해 이야기를 엮어서 작은 책을 만들었다. 아이들 빛깔에 맞는 사진, 나를 알고 세상을 알아가는 탐구 이야기, 편지글 등 서로 부대끼며 자라갔던 이야기들을 엮었다. 그러면서 무엇인지 모를 가슴 뭉클함이 다가왔다.

꽃을 키우고 가꾸고 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자연과 시간이 베풀어 주고 깔아주는 터전에서 땀흘리며 함박 웃음 짓던 아이들 얼굴이 눈에 선하다. 스스로 되뇌어 보았다. ‘아이들은 이렇게 커야해!’ 그러면서 마음에 확 스치고 지나가는 문구들이 있어서 시를 써보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꽃은 시간과 대지의 기운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스스로 핀다.

 

예쁜 꽃을 빨리 보고 싶다고

줄기를 손으로 잡아 빼고

꽃봉오리를 억지로 벌릴 수는 없다.

 

아이들도 그렇다.

 

땅이 꽃을 보드랍고 따뜻하게 덮어 주듯이

온전한 사랑으로 품어주면

시절에 맞게 인생의 꽃을 피운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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