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쓴 시심, 김정경 시인의 ‘골목의 날씨’
또박또박 쓴 시심, 김정경 시인의 ‘골목의 날씨’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2.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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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명한 핑크색의 시집에는 또박또박 써 내려간 시어들, 그 사이로 또박또박 써 내려갔을 시인의 글씨가 또렷이 보인다.

 이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저 골목에서 무엇인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녀의 실루엣도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흙에 글씨 쓰고 다시 흙을 덮어 숨겼던 어린 날 놀이처럼”(「안거」), 골목의 내밀한 풍경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갈 시간이다.

 김정경 시인이 펴낸 첫 시집 ‘골목의 날씨(천년의시작·9천원)’에는 누군가의 꿈결 속에 남아 있을 법한 소소한 골목의 이런 저런 모습들이 등장한다.

 그 골목의 풍경은 아이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하고 있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다.

 도마 위에 있는 고등어 토막을 물고 골목으로 사라진 고양이들, 재개발로 주인 잃은 허물다만 집 몇 채가 있는 골목, 살 길은 막막하지만 연애가 하고 싶었던 청춘들이 모였던 시장 골목, 구도심의 재미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던 바람난 골목, 목젖까지 차오르는 이별의 쓴 맛을 봐야 했던 너를 만나러 가는 길목까지…. 그렇게 골목은 다양한 표정으로, 시인의, 아니 우리의 시간과 함께하고 있었다.

 김 시인은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이제 이 몸은 안심하고 떠돌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가 돌아오는 날, 또 어떠한 골목의 풍경을 한가득 안고 미소 지으며 문 앞에 서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김 시인은 경남 하동 출생으로,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전북일보’를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 전주MBC 라디오 작가로 일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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