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자영업 생존기 ‘문방구 아저씨’
좌충우돌 자영업 생존기 ‘문방구 아저씨’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2.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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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는 아무나 하더냐. 처음부터 장사로 시작한 사람들도 어려운 게 문방구일 거다. 공부만 하고 평생을 직장에만 갇혀 산 네가 아니냐. 요즘 장사들도 안된다던데 쉽지 않을 거다. 어렵더라도 취직자리 다시 알아봐라.”

 대기업, 중소기업, 민간경제단체에서 20여 년의 직장생활을 이어온 아들이 문구점을 해보겠다고 선언한 그날, 아들의 말을 다 듣고 난 아버지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말씀을 이어갔다. 그것도 시종일관 ‘문방구’, ‘문방구’라고 격을 낮추면서 말이다.

 그쪽 계통의 경험을 가진 친구도 다짜고짜 말했다. “하필이면 문방구냐!”라고 말이다. 문구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하던 그는 단번에 기가 죽었다. 누군 하고 싶어서 하겠냐고, 조금이라도 잘해보고 싶어 물어보는 것 아니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다.

 지인들의 우려는 옳았다. 퇴직을 하고 문구점을 개업한 지 5년째, 마정건씨는 “우리나라 자영업의 위기상황이 사회에 충분히 전달되었는데도 국가 시스템이 안이하게 대처한다”며 분노의 표현을 가감 없이 써내려가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새 책 ‘문방구 아저씨(청년정신·1만3,000원)’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시중에 있는 많은 자영업에 관한 책들이 대부분 유망업종과 트렌드, 성공하기 위한 방법론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반면, 직장생활을 하다 대책 없이 자영업계로 떠밀려 온 그는 격하게 자영업을 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영업자가 견뎌야 하는 일상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증언하면서 말이다.

 때문에 책은 흡인력이 강하다. 긴장감과 현장감이 교차하며 단숨에 읽힌다.

 직장생활을 할 땐 주말과 연휴를 눈 빠지게 기다렸으나, 자영업자가 된 후로는 그것이 무서워졌다는 저자의 고백이나 장사해서 건물주를 줘야만 하는 현실 등에서는 웃음마저 마른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책에 빠져들다 보면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을 해도 되는 것인지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저자는 결코 감으로만 자영업의 어려움을 토로하지 않고, 통계자료를 인용해 현 사태가 매우 엄중함을 경고한다. 그렇게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의미심장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책을 덮는 순간, 50대의 문구점 아저씨를 응원하게 되었다. 저자는 “함부로 사표 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가 함부로 사표를 썼으니, 이 같은 좌충우돌 자영업 생존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노라고….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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