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이냐 50만이냐”…특례시 인구 기준 정부-지자체 ‘갈등’
“100만이냐 50만이냐”…특례시 인구 기준 정부-지자체 ‘갈등’
  • 연합뉴스
  • 승인 2019.02.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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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30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을 통해 광역시가 아닌 대도시에 대해 ‘특례시’ 지정을 추진 중이다. 

 특례시는 기초단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 수준의 행정·재정적 자치권을 갖는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중간의 새로운 형태의 도시다.

 13일 행정안전부가 최근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에 넘긴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에 따르면 자치행정과 재정 분야에서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특례시를 지정하되, 기준을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로 특정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행정수요보다 획일적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 바람에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해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0만명 이상’을 충족하는 대도시는 경남 창원을 제외하면 경기 수원·용인·고양 등 수도권 위성도시들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반시(市) 지위로 광역시 수준의 행정수요를 감당하는 전북 전주시(65만명)와 충북 청주시(84만명)를 비롯해 경기 성남시, 강원 평창군 등의 반발이 거세다.

 

 ◇ 전주·청주 “인구 50만명 이상인 도청 소재지도 포함해야”

  행안부의 ‘인구 100만 이상’ 기준에 미달하는 전주시와 청주시는 지난달 정부에 건의문을 냈다.

  이들 도시는 건의문에서 광역시 없는 중추도시의 과밀한 행정수요를 설명하며 “특례시 지정 기준에 행정수요가 100만명 이상인 대도시,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청 소재지도 포함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특례시 기준을 ‘광역시가 없는 도의 인구 50만명 이상 도청 소재지’로 바꿔야 한다”면서 “획일적인 주민등록상 거주 인구로 특례시를 지정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 간 불균형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시와 청주시는 그간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해소에만 집중하다 보니 광역시가 있는 권역과, 없는 권역간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실제 이들 지역의 연간 총예산은 광역시가 있는 지역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전북권의 세입은 지난 2017년 기준 18조원에 불과했고 충북권도 15조원에 그쳤다.

  반면 광역시를 보유한 경남권은 53조원, 경북권 43조원, 전남권 32조원으로, 그 차이가 많게는 3배에 달했다.

  전주시와 청주시는 인근 시군에서 출·퇴근하는 실제 생활인구와 행정수요가 1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KT와 KT가 지난해 전주 지역의 생활인구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93만6천여명, 최대 125만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책 결정과 행정수행을 하는 관공서 등 주요기관 분포의 경우 전주시내 기관 수는 264개로 인구 100만 도시인 고양(135개), 수원(184개), 용인(128개), 창원(261개)보다 훨씬 많고 광역시와 대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지역 사업체는 5만9천 곳으로 인구 100만이 넘는 용인시(4만8천 곳)보다 많고, 고양시(6만3천 곳)와 엇비슷하다.

  또 청주는 법정민원도 148만 건으로 고양시(135만 건)보다 많고, 용인시(153만 건)와 크게 차이가 없다. 

  이처럼 실질적인 행정수요는 광역시 수준이지만 주차 문제나 쓰레기처리 등 이를 감당할 재정과 공공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각종 도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도시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이들 도시는 실제 생활인구와 행정수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역 특성은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 특례시를 지정해야 국가균형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례시 지정을 희망하는 경기 성남시와 강원 평창군도 정부의 이런 기준에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회도 현 개정안의 불합리성에 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지난해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청 소재지를 특례시 지정 기준에 넣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 법률안 제안 이유에서 “단순히 인구수만을 척도로 특례시를 지정하는 것은 지역 간 역차별 문제를 야기하고, 자치분권 실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범덕 청주시장도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오찬 간담회에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만 특례시를 지정하는 것은 지역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례시 지정을 건의했다.

 

 ◇ 경기 수원·용인·고양, 경남 창원 ‘기대감’…특례시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정부가 제시한 커트라인을 통과한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인 경기 수원·용인·고양과 경남 창원 등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행정·재정 자치권한을 확보하고, 일반 시와 차별화된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이들 4개 대도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광역시급 인구에도 획일적인 지방자치제도의 한계로 폭증하는 행정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행정·재정 능력에 맞는 특례를 부여해야 한다”며 특례시 법제화를 위해 공동노력을 해왔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특례시 지위를 부여받으면 해당 지자체에는 어떤 효과가 생길까?

 정부안에는 특례시의 구체적 혜택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행정·재정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대도시 재정 특례가 부여되면 재정수입이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해당 지자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는 수원·용인·고양·창원시가 2013년 시행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의 자치분권 모델 연구’ 용역에 근거를 둔다.

  이 용역은 지역자원시설세와 지방교육세를 특례시 세목으로 분류하고, 취득세·등록세·면허세·레저세·지방소비세를 공동과세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예를 들어 현재 시가 도세로 100원을 납부하면 시에 조정교부금으로 30원이 교부됐으나, 특례시 공동과세를 적용하면 시가 60원의 조정교부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수원시는 연간 3천억원 규모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용인시도 연간 3천억원 이상의 세수가 증가하게 된다.

  특례시 세목 전환 시에도 수원, 용인, 고양 등 3개 대도시는 1천억원가량의 세수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행정적으로도 특례시는 일반 시와 다른 권한을 갖게 된다.

  이들 시는 도를 통하지 않고도 중앙정부와 직접 교섭해 정책 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고, 도시재생 뉴딜이나 대규모 재정투자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실·국·본부를 현재보다 2∼3개 더 설치할 수 있고, 구청장 직급도 3·4급에서 3급으로 상향된다. 구청에도 2∼3개국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은수미 성남시장은 “특례시가 되면 대도시에 걸맞은 자치 권한을 확보해 더 나은 행정복지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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