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인식지수와 청렴정책
부패인식지수와 청렴정책
  • 최규명
  • 승인 2019.02.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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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는 심심치 않게 공금을 횡령했거나 유용한 사례를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그때는 흔히 있는 일이라 별 관심도 없이 그저 무덤덤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과거에 비해 그런 기사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부정부패로부터 청렴해 진 것일까. 아마도 IT강국답게 공금을 밖으로 빼돌릴 수 없도록 제도적, 기술적 장치가 잘 마련되어서 그럴 것이다. 과거와 같이 손쉽게 공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없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겪는 간접적 부정부패의 요인들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심심치 않은 충돌, 직장 내 직원 간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반목, 경영자의 비상식적 돌출행동 등이 우리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문제들이 자주 대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70년대의 고도성장을 어려서부터 몸으로 느끼고 80년대에 수직관계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화한 기성세대와 인터넷과 게임 등 개인적인 취향을 즐기는 세대가 직장이라는 같은 공간 속에서 활동하다 보니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나는 것 같다. 수직적인 구조 속에서 학연, 지연, 혈연 등 온정주의와 연고주의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제로 지속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한 직장과 가족 사이에서만 끝난다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하지 않겠지만 여러 곳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문제라면 지역은 물론 국가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는 세계 각국에 그 나라가 얼마나 부정과 부패 요인들을 조장하고 유발하는지에 대한 인식도를 나타내는 부패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측정하여 매년 발표하고 있다. 올해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7점으로 조사대상국 180개국 중 45위에 해당한다. 전년대비 평가 점수가 3점 상승하여 국가 순위도 6단계나 상승하였고 역대 최고점수라고 한다. 그러나 이 평가점수는 OECD 36개국 중 30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공금횡령 및 사적사용 등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에도, 경제 강국을 자처하고 민의가 국가권력에 잘 반영되는 대한민국이 OECD국 중에 하위권을 못 벗어나고 있고 점수 또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50점대를 못 벗어나고 있다. 무수히 많은 부패방지 정책을 쏟아 내면서도 점수가 제자리인 것은 부정부패를 돈에만 집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선물, 경조사비는 얼마 이상이면 안된다 하면서 축산·화훼농가는 살려야 한다고 한다. 또 기술발전을 거역하는 집단행동 등 공정을 추구한다면서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앞서 말한 70, 80년대 경제발전을 이끌며 성공을 경험한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이 반복적 청렴정책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돈만을 부정부패와 청탁의 잣대로 적용하는 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0년 후에도 같은 수준일 것이다.

 금전적 부정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혹시 아직도 있다면 그 조직의 업무절차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후진성 때문일 것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직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수직적 구조를 개선하고 온정 및 연고주의 등에서 파생되는 부정부패의 근원이 사라질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과 같은 맥락에서 전북지역에서는 혁신도시이전기관과 전북도청·교육청이 지역민과 함께 청렴과 관련한 연극, 강연, UCC제작에 공동 참여하는 청렴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초중고학생부터 지역주민과 공공기관 직원 등 민관이 함께 만드는 부패방지행사에 다 같이 동참함으로써 부패요인 해소에 인식을 같이하여 해마다 그 흥미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작은 실천에 힘입어 전북지역에 이전한 공공기관 중에는 LX 한국국토정보공사와 국민연금공단이 정부평가인 2018년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인 1등급을 달성하였다. 지역사회와 함께 청렴을 고민하는 노력도가 높이 평가된 좋은 사례라 하겠다. 과거에는 빠르게·많이 하는 것을 권장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이바지했지만 지금은 그로 인한 부작용들이 발전저해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천천히·함께 함으로써 갈등 없는 사회를 도모해야 한다. 그동안 안 보이던 이웃과 직장동료의 표정과 생각, 삶의 가치가 보여야 편견과 독선, 부정과 부패가 사라지는 발전하는 국가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최규명 LX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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