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과 예비타당성 조사
균형발전과 예비타당성 조사
  • 김선기
  • 승인 2019.02.11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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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직전에 발표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과 ‘미래형 상용차산업’ 등 전북현안과제의 예비타당성(예타) 면제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기대는 자못 크다. 도청 주변과 시내 곳곳에 걸린 환영과 경축의 현수막이 간절했던 도민의 염원을 보여준다. 지역 언론이 듣는 설 민심에서도 도민들은 전북현안과제의 예타 면제를 어려운 지역경제 속에서 한 가닥 희망과 위안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기대는 오랫동안 중앙정부의 푸대접으로 인한 불균형에 익숙해 오던 터에다 최근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촉발된 극도의 위기감과 상실감에서 발로된 것으로 짐작된다.

 예타제도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가의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을 대상으로 시행 전에 사업의 타당성을 분석해 시행 여부를 미리 평가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1999년에 도입한 제도이다. 그리고 같은 법에서는 구체적 사업계획이 수립되었거나 국가정책적 목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예타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에 발표된 23개의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예타 면제에 대해서 찬반이 대등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소 냉소적인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침체한 경기를 토건 사업으로 부양할 목적을 가진 내년 총선용 나눠먹기식 지역 선심 정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나오지 않는 SOC 사업의 무분별한 추진으로 일본의 ‘다람쥐도로’를 재연할까 우려하며 사례로 새만금 국제공항을 꼽기도 한다.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의 의의를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서 찾고 있는데 적어도 전북의 대상 사업은 예타 면제의 명분에 가장 부합하는 사업이다. 새만금 개발이 전북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가치는 엄청나게 커서 전북의 미래를 여기에 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인접 국가와의 접근성 향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의 도약하기 위한 핵심기반시설로서 낙후된 전북의 희망인 새만금 개발의 성공에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지역에 속한 사업이지만 성격상 국가사업이며 결코 국비지원을 겨냥해서 졸속으로 설계된 사업이 아니라 20년 넘게 줄기차게 요구해 온 지역의 숙원사업이다. 미래형 상용차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주력산업이 무너져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받은 군산지역의 피폐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전북의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이번 예타 면제는 균형발전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현행 제도로는 인구가 적은 낙후지역은 수요부족으로 인하여 예타가 요구하는 경제성 기준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도 추진이 곤란하여 궁극적으로 저발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전북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7년까지 예타를 통과한 비율이 서울, 부산은 80%를 넘는 반면, 전남, 강원은 30%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은 평균수준을 약간 넘지만, 사업비 규모는 전국 평균의 79%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요로 경제성을 확보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비용을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예타는 통과했지만 당초의 사업이 축소 또는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예타제도는 재정 낭비와 사업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예타를 우회하거나 예타 면제를 남발하기보다는 현실을 수용하여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에서도 예타 규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예타 대상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법을 손질할 뜻을 비쳤지만, 차제에 사회적 가치 등 편익항목의 확대, 융합산업 및 연관산업의 발전효과 고려, 지역 낙후도에 따른 가중치 차등 적용 등 분석방법의 개선을 통하여 예타가 낙후지역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균형발전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김선기<전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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