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상처' 전북연극협회장 찬반투표 부결
'아물지 않은 상처' 전북연극협회장 찬반투표 부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2.10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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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 제58차 정기총회 및 제25대 임원선출이 8일 오후 4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개최됐다. (김미진 기자)

(사)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이하 전북연극협회) 제25대 지회장 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정두영 현 지회장이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연임에 실패했다.

 전북연극협회는 지난 8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제18차 정기총회를 열고 정두영 차기 지회장 후보 찬반투표 결과 찬성 28표, 반대 44표로 반대 표를 던진 회원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이날 총회에는 회비를 납부한 263명의 회원 중에서 157명이 위임, 7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지난해 연이어 터져 나왔던 ‘미투’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전북연극계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못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기총회에 앞서 일찌감치 젊은 연극인들 사이에서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 것인데, 전북 연극계의 ‘미투’후 정두영 지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대응방식이 미온적이고 편파적이었다는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날 총회 진행과정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의 경과보고와 더불어 ‘미투’로 피해를 호소했던 여성 회원들이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회원은 “공소시효가 지났음이 결코 무죄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는 사과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용서하지 않았는데, 왜 주변인들끼리 용서하십니까”라며 “왜 자꾸 가해행위자를 측은하게 포장하고 피해자의 행실에 대해서 평가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은 “평등하지 않은 작업환경과 오로지 몇 명의 선배만이 재정과 인사 등 모든 결정권을 갖게되어 후배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권력구조 생성, 이를 감시 보완할 수 있는 전담기구 부재 등으로 수 없이 많은 이유들이 가해자의 성폭력을 정당화시켰고 피해자가 오랫동안 말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연극계의 나쁜 관습들을 바꾸자고 외치는 젊은 청년들을 권력으로 압박하는 행위를 멈춰달라”고 덧붙였다.

 정두영 전 지회장도 이 같은 회원들의 불만과 항변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직전, 후보 사퇴까지 고민했다고도 밝혔다.

 정 회장은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마이크를 잡고 “송구하다. 지회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에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현재의 분열과 마음 아픈 일들은 저로써 씻어주시길 바라고, 앞으로도 협회 옆에서 동료로 선배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투’로 협회가 휘청이고 있을 당시에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책임지기 보다 뒤늦게 재신임을 묻는 전 지회장과 집행부에 대해 회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에 전북연극협회는 제23대 조민철 전 지회장을 비상대책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장으로 낙점하고 다음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는 3월 9일을 임시총회일로 확정하고, 2월 11일에 선고 공고를 낸 뒤 후보자를 다시 접수받는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기간에 후보자가 나올 수 있을지의 여부다. 사실상 지난해 ‘미투’로 전북 연극계의 허리격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연극인 4명이 영구 제명처리됐고, 여러 구조적인 상황 속에 제대로 기반을 닦을 수 없었던 젊은 연극인들 사이에서 후보군 물색도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4월에 열리는 전북연극제와 5월 전라예술제 등 코앞에 굵직한 이벤트들도 앞두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회장을 낙점하고 협회의 정상화에 힘써야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민철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까지는 연례적으로 진행해 온 각종 행사에 대한 예산을 신청하는 서류 작업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사무국이 정상 운영되고 있는 만큼 지회장이 부재중이라고 해서 업무상에 공백이 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다만, 공고 기간 중에 대외적인 인지도나 맨파워가 있는 후보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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