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종 정읍시립국악단장 연출 `내 이름은 사방지' 무대에
주호종 정읍시립국악단장 연출 `내 이름은 사방지' 무대에
  • 이방희 기자
  • 승인 2019.02.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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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중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혀온 창극 `내 이름은 사방지'(사성구 작가)가 주호종 정읍시립국악단장 연출로 16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그 막을 올린다.

 `내 이름은 사방지'는 ‘양성구유 어지자지’라 모멸 받던 인간, 사내인 동시에 계집이었던 조선시대 실존인물 사방지의 파란만장하고 처절했던 비극적 인생을 실험적인 음악과 기상천외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판소리극 작품이다.

 혐오라는 이름으로 점철된 조선시대 성소수자의 가혹한 일생을 판소리에 담아 극으로 엮어낸다는 자체도 파격일 뿐만 아니라, 기존 판소리의 고착화된 음악적 패턴을 과감히 깨부수는 작창과 악기편성, 거울 이미지로 사방지의 일그러진 자아를 구현한 초현실적인 무대, 한복의 틀을 찢은 과감하고 도발적인 의상, 관객의 상상력을 투사하는 첨단 영상기법 등이 어우러져, 가히 세상에 없던 파격적인 판소리 창극을 시도한다.

 가래침과 욕설로 뒤범벅 된 성소수자 사방지의 비극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슬프고 저리게 유전되고 있다. 사성구 작가는 ‘차이가 차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차별을 만든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사방지의 무지갯빛 파란만장한 만가(輓歌)로 녹여냈다. 가장 보수적인 장르라 할 전통극 장르가 모난 돌멩이를 던지듯 가장 파격적인 방식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세상의 부조리한 차별과 편견의 단단한 유리벽을 어떤 아름다운 파장과 울림으로 깨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창극 `내 이름은 사방지'는 피바람 불던 역사적 난세와 맞물리며 그 의미를 더해간다. 가혹한 사방지의 일생은 조선의 역사 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역사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혁명이라는 정치적 아수라 속에서 절대적인 악이나, 절대적인 선이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선과 악이 자웅동체이기에 인간은 결국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 극 결말의 눈대목 소리는 늘 난세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 아프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공연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것은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국악계 최고 슈퍼스타들이 어벤져스처럼 한데 뭉쳤기 때문이다. 팬들을 몰고 다니며 엄청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가 남녀양성의 사방지 역을, 소리신동에서 국민소리꾼으로 우뚝 선 유태평양이 팔색조 매력의 화쟁선비 역을, 국악계 프리마돈나 박애리가 남성적 아우라를 내뿜는 홍백가 역을, 천상의 목소리 전영랑이 관능적인 기생 매란 역을 맡아 팽팽한 긴장감으로 4인 4색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판소리계의 마에스트로 한승석 중앙대 교수가 작창을, 몸짓으로 인간내면의 우주를 끄집어내는 박성호무용가가 안무를, 기상천외한 최고의 이야기꾼 사성구 중앙대 교수가 대본을, 창극의 신세계를 주도하는 주호종 연출이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 대한민국 창극은 기존 판소리를 재구성하거나, 그리스비극이나 셰익스피어 등 외국작품을 창극화하거나, 아니면 코믹하고 가벼운 터치의 창극을 만드는데 몰두해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창작 창극이 부재한 상황에서 ‘권력과 차별과 젠더’라는 화두를 내세운 이 공연의 파격적인 실험정신이 기존 판소리 창극의 식상한 지형도를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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