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교원명퇴, 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가
늘어나는 교원명퇴, 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가
  • 송일섭
  • 승인 2019.02.07 17: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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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가끔 만나는 한 선생님이 명예퇴직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특별히 시낭송을 좋아할 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눈높이를 함께하며 잘 소통하는 인기가 많은 선생님이었다. 정년을 4년이나 앞둔 상태에서 명퇴(‘명예퇴직’의 줄임말, 이하 ‘명퇴’로 표기)한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한 행사장에서 그를 만난 후에야 어렴풋하게나마 그 이유를 짐작하게 되었다. 선배 들이 다 명퇴를 해버린 바람에 어느 날 자신이 최고참이 되면서, 그날부터 명퇴시점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근무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리라.

지난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말 명예퇴직 교원이 6039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2018년의 4632명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이고, 2017년과 비교하면 65%나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최근 6년간, 필자가 학교에서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하면 명퇴 교원이 정년퇴직 교원보다 세 배 정도는 많았다.

해마다 학생들의 직업선호도 조사에서 교원이 압도적 1위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청년들은 교원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정년을 2~3년 넘게, 많게는 10년 정도를 앞두고도 학교를 떠나는 모습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아서다. 이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체로 ‘교권추락과 생활지도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해 서울교육감이 약 1주일간의 ‘교사체험’을 한 후 ‘더 이상 가르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수도 서울교육감의 이 말에 국민들은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지만, 현장의 교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현실에 불과했다. 때늦은 진단 앞에 교원들은 혀를 차면서 학교현장에서 답을 찾으라고 했다. 교육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그 누구도 그 대안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더 이상 가르칠 상황’이 아니라면 교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작 학생과 학부모의 기분이나 맞추는 것으로는 그 사명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학교는 열정 있는 교원들이 쉽게 절망하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려고 나섰다가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모욕을 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부모들에게 이미 상왕(上王)이 되어버린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다. 이런 학교 분위기에서 명퇴 증가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았다. 명퇴 증가에 따른 명퇴수당을 마련하는 것으로 그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100% 명퇴 수용’을 무슨 자랑스러운 일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퇴직을 하고서도 일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교원들은 중도에서 명퇴를 하는지? 명퇴의 호사(?) 속의 그 깊은 고뇌를 읽어내야 한다.

교원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교단에 설 수 있도록 그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인권의식을 높여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듯 교원에게도 교권이 보장되고 존중받게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학생들로부터 모욕을 당한 교원이 그 트라우마 때문에 더 이상 교단에 서지 못한 것을 본 일이 있다. 학생 생활지도에서 교사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학교폭력만 보아도 그렇다.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법률을 들이대며 그대로 하라고 한다. 바로 이 순간부터 교원의 교육적 역할은 모두 상실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법령을 뒤적이며 거기에 맞게 처리하면 그만일 뿐, 혹여 교육적 관점에서 잘못을 지적하거나, 또 상대의 억울함을 위로했다가는 씻을 수 없는 수모를 각오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교원의 명퇴 증가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육당국에서는 교원이 권위와 책무성을 가지고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교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무조건 학생들을 감싸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포기다.

 

송일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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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 2019-02-09 20:14:18
현재의 한국교육환경을 정확히 인지하고 쓴 대단히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