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자(61) 시인은 가을날 온 몸에 진갈색 옷을 입기 시작한 담쟁이를 보면서 그 비올라의 비브라토를 떠올렸다.
“담벼락을 오르려고/ 바득바득 살아온 길/ 그 때마다/ 땀을 닦아주던 바람”이라는 표현에서 시인의 삶의 발자취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구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담쟁이의 비브라토(도서출판 북매니저·1만원)’에는 진지한 삶의 이야기와 성찰이 담겨 있다.
시인은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시를 쓰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총 6부로 갈래를 타고 있는 시집은 덕진공원, 자화상, 내 사랑 나무야, 새벽달, 가을을 찾아준 외손녀, 장님 열대어 등을 소주제로 꾸몄다. 시인은 덕진공원 정자에 앉아 연 이파리를 바라보면서 비우며 살라는 다짐을 해보고, 눈 없는 열대어처럼 촉각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구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이 길은 낮이나, 밤이나 가야 할 나의 길이고 나의 노래이며 나의 혼이다”면서 “이 시는 구름이 섬처럼 머물다 가는 나의 생을 노래한 것이다”고 했다.
구 시인은 익산 출생으로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대한문학 겨울호에 시‘은행잎’등으로 등단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인문학 콘텐츠 개발 위원, 전북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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