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보훈 현장을 가다
따뜻한 보훈 현장을 가다
  • 김구만
  • 승인 2019.02.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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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님, 식사는 하셨어요? 오늘은 어디 다녀오셨어요?”

  어르신의 안부를 물으며 전북동부보훈지청 김구만 섬김이가 들어선다.

 오늘도 섬김이가 오는 시간만을 기다렸던 참전유공자 이태봉 어르신은 환한 웃음으로 섬김이를 반겨준다.

  김구만 섬김이는 먼저 어르신의 얼굴을 살피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 들어주고 살펴드린다. 이제는 얼굴만 보아도 어르신의 컨디션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버지와 딸 같은 사이가 되어보였다.

  부모와 딸처럼 다정한 두 사람은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어색하였다. 하지만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부녀사이가 되었다. 지난 8년간 매주 어르신을 방문하여 청소 해드리고, 음식도 만들어 드리고, 때로는 병원도 모셔다 드리고 하는 일들이 보람이며 기쁨이 되었다.

  어르신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르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자꾸 깜빡깜빡하신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걱정이 되어 어르신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 산책도 하고 손뼉박수도 함께 치는 등 흐릿한 기억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어르신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해 드리려고 작년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비전대학교 이미용학과 학생들과 봉사활동을 연결하여 이미용을 해드리고 전주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그려준 캐리커처 액자를 선물하기도 하였다.

  때로는 아버님과 6·25전쟁 당시의 참전담을 들어주기도 한다.

  “아버님 예전에 전쟁 참여하셨던 얘기 좀 해주세요.”

  “아이고, 그때 얘기하면 끝이 없지. 우리나라가 살아야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싸웠지. 전쟁터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느라 지금 생각하면 죄지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하며 어르신은 기억을 떠올리신다.

  “아버님, 아버님이 나라를 위해 참여하신 것이니 마음아파 하시지 말구요. 자긍심을 가지셔요. 그 희생에 대한 보답으로 저희가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니까요. 앞으로도 건강 챙기시고, 오래오래 뵙게요”

  어르신의 가사도움 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감싸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섬김이의 모습을 보니 어느 정책보다 따뜻한 보훈의 현장이었다.

  어릴적부터 유난히 어르신을 좋아했던 김구만 섬김이는 결혼을 해서도 또래보다는 이웃 할머니를 더 좋아하고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을 하게 된 것 같다며 간병사 교육, 호스피스, 요양보호사 교육으로 어르신의 특성과 케어방법을 깊이 있게 알게 되었고 어르신들께 심신의 위로를 드리려고 최선을 다해 섬기고 있다.

  때로는 어르신들의 변덕으로 가끔 힘이 들때도 있지만, 어르신들이 어리광 부리신다 생각하고 웃음으로 화답을 해드리면 어르신께서는 금세 풀어지신다고 한다.

  김구만 섬김이는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외롭게 생활하시는 어르신을 위해 하루라도 즐겁게 웃으실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며, 어르신의 환한 미소를 볼 때 섬김이로서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고령 유공자분들의 남은 삶이 더욱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는 일이 우리의 소명이라며 내일도 어르신을 위해 밝은 얼굴로 찾아뵈야겠다고 다짐한다.

 

전북동부보훈지청 김구만 섬김이 <전북동부보훈지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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