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둔 한 경찰관의 영결식을 보면서
정년 앞둔 한 경찰관의 영결식을 보면서
  • 익산=문일철 기자
  • 승인 2019.02.0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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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고이 잠든 늦은 밤 한통의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 중 도로에서 불의의 사고로 故 박권서 경감이 운명해 지난달 28일 익산경찰서에서 유족과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북지방경찰청장(裝)으로 영결식이 엄숙히 거행됐다.

이날 영결식장은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쳤으며 익산경찰서에 본관 외벽에 걸린 ‘故 박권서 경감님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영결식을 찾은 이들에게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매서운 바람 속에 400여명이 숨죽인 가운데 영결식이 시작되자 동료경찰관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인의 영전에 놓인 위패와 사진을 응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항상 따듯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늘 하루도 열심히 근무하자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한데… 성실한 동료이자 선배님이신 박권서 경감을 먼 하늘로 떠나보내는 자리에 서있다”며 여산파출소에서 함께 근무한 임성호 경위의 고별사가 낭독됐다.

동료 임성호 경위의 고별사가 낭독되자 유족과 동료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으며, 생전에 박 경감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손녀딸도 엄마의 슬픔을 아는지 장내가 떠나가듯 울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반평생을 고인과 함께 살아온 부인과 아들, 딸은 황망한 이별이 믿기지 않는 듯 고개들 들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고인은 28살의 젊은 나이로 경찰에 입문해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경찰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다 이번 불의의 사고로 31년 동안의 경찰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 시민의 그릇된 의식으로 우리는 소중한 경찰관을, 가족들은 하나뿐인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를 잃었다.

우리 사회에 ‘나 하나쯤이야’ ‘딱 한번은 괜찮겠지’ ‘술 한 잔 밖에 안마셨는데’ 라는 잘못된 의식이 한 가정을 파괴하고, 나아가 사회에 크나큰 불행과 오점을 남기고 있다.

우리는 이번 일을 교훈삼아 잘못된 시민의식을 바로잡고 다시는 이런 불의의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 가정의 기둥이면서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관을 잃었다. 동료 경찰관들과 유가족들에게 진정어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익산=문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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