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소설집 ‘유리병이 그려진 4번 골목’
김해숙 소설집 ‘유리병이 그려진 4번 골목’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2.0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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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고창 출생 김해숙 소설가의 첫 소설집 ‘유리병이 그려진 4번 골목(문학들·1만2,000원)’이 출간됐다.

 총 7편의 소설이 실린 소설집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삶의 균열에서 오는 부조리함을 견디지 못한채 삶의 이유를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모습은 바로 소설가가 바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일 수도 있고, 독자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일 수 있다.

 표제작인 ‘유리병이 그려진 4번 골목’에는 고통스러운 기억에 구속당하는 여자, 빈이 화자로 등장한다. 빈은 자신의 삶을 흙탕물로 만든 유령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워 유령의 아들이었던 현수를 만난다. 현수는 아버지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한 벽화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그곳의 경찰이 되어 마을을 순찰하고, 아버지를 죽음으로 떠민 사람들의 요구에 순종하며 사는 남자다. 빈은 현수를 사귀고, 자신은 물론 현수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담벼락의 그림을 지운다.

 소설가의 등단작인 ‘누룩을 깎다’에서도 주인공의 가족을 괴롭히는 과거의 기억이 그려진다. 어린 시절 아내와 함께 서울로 떠났던 아들이 서른이 되어 대뜸 찾아와 “당신도 내 아버지였잖아요!”라며 자신을 책임지라고 한다. 이는 경제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섞은 부분이 있다면 나무칼로 깎아 다시 사용하는 누룩처럼 붕괴된 가족의 형태를 복원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쩔 수 없다’에서는 동거인이지만 남자친구 진우의 가족에게서 인정받지 못하게 된 여성이 화자로 나온다. 남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죽게되면서, 하나뿐인 가족이라는 언니가 보상금을 운운하며 진우에게서 떨어지라고 말하는데…. 그 혼란 속에서 화자가 선택한 것은 진우를 잊는 일이 아니었다.

 김대산 문학평론가는 소설집의 해설에서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은 그 기억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 자체, “고정된 과거의 부정적 사실성을 나의 미래지향적인 현실적 자유의 운동에서 긍정적으로 변형”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소설가는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16년 ‘광주일보’에 신춘문예 ‘누룩을 깎다’로 등단했으며, 작품 ‘어쩔 수 없다’로 2017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예 작가로 선정됐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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