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傾聽), 우리의 화두는 안전이다
경청(傾聽), 우리의 화두는 안전이다
  • 이춘호
  • 승인 2019.01.30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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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안전에 대한 경청(傾聽)! 주변을 돌아보자. 나는 진실로 남의 견해를 들을 마음의 자세는 되어 있는지?

 새해 1월부터 심상치가 않다. 며칠 전에는 익산에서 경찰순찰차가 크루즈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하여 차량이 도로옆 배수로에 빠지면서 순찰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이 숨지는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 교통사고는 운전자의 작은 부주의가 원인이다. 과속이나 전방주시태만 그리고 중대한 범법행위인 음주운전 등 운전자 요인으로 발생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속도를 줄이고 운전자의 불안전 요소를 해소하느냐가 교통안전에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심 제한속도가 시속 60km이지만 프랑스·호주·영국·스웨덴 등 교통 선진국에서는 대개 시속 50km 이하 수준이다. OECD국가 중 도심 제한속도가 시속 60km가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러시아, 멕시코 등인데, 이들 나라들은 교통사고 발생률과 사망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자동차 연료소비의 주범은 과속이다. 운전자가 법정속도를 지켜 연료의 소비를 크게 감소시킨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급출발과 급정거도 자제하면 연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속도를 줄이면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교통사고 사망률이 줄어든다. 운전자는 스스로 제한속도를 의식하게 되어 주행속도를 늦추게 된다. 시속 10∼20km의 차이에 불과해 보여도 이것은 보행자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엄청난 차이가 된다.

 자동차 사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다양한 방안이 거론될 수 있겠는데 그중에서도 상당한 실효를 거두는 방안이 제한속도의 하향이다.

 현재 60Km/h인 자동차의 도심 제한속도를 10Km/h 낮추는 것과 같은 방안이다. 제한속도를 10Km/h 낮추었을 때 자동차 정지거리는 줄어든다. 자동차의 속도가 빠를수록 정지거리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일반 승용차는 정지거리가 시속 60km에서는 35m이지만, 시속 50km에서는 26m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 특히 빗길에서는 1.5배, 빙판길에서는 3배 이상 길어진다.

 자동차 속도 하향은 환경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이것은 소음 감소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정체해소에 따라 탄소가스 등 환경오염물질의 방출도 줄여준다. 오늘날 환경문제는 전 지구적 화두가 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자동차 배기가스 감소는 필연적 과제이다.

 우리는 소통 위주의 교통정책으로 지금까지 속도를 낮추지 않았다. 그 결과 안전의식의 미비로 교통재앙이 반복해서 발생했고, 지금도 이와 비슷한 인명 피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회의 교통 환경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 위주로 또한 안전 중심으로 돌아서야 한다.

 지난해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어 ‘윤창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었다. 인명피해를 낸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전라북도에서는 지난 한 해 678건의 음주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14명이 사망하고 1천200여명이 부상을 입어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음주운전 처벌기준이 확실한 싱가포르, 터키, 말레이시아, 오스트리아 등은 음주운전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초범이라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최대 징역 10년에 처하고 음주운전 전력이 있을 때는 2급 살인죄를 적용하여 최대 종신형이 내려진다. 노르웨이는 2회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면허가 영구 정지되어 평생 면허취득을 할 수 없고, 이미 음주운전을 사회악으로 보고 있는 일본도 그 처벌이 엄중하다.

 설명절을 앞두고 장거리 과로운전이 우려된다. 물론 장거리 과로운전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교통사고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피로한 상태에서는 운전에 집중이 잘 안되어 좌·우 및 후방 교통상황도 정확히 파악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시야가 좁아지며, 지각반응도 현저하게 늦어지고, 피로의 누적으로 졸음이 오기도 한다. 따라서 자주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푸는 것도 필요하다.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해야 한다.

 민족의 대명절 설을 목전에 두고 있다. 모든 운전자에게 장거리 운전의 복병은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속도를 줄이고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는 안전운행뿐이다.

 교통사고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우리 모두가 그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청(傾聽)! 새삼스레 오늘 이 두 글자가 그리운 까닭은 무엇일까?

 이춘호<한국교통안전공단 전북본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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