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현안, 사회적 대화로 해결해야
노사현안, 사회적 대화로 해결해야
  • 윤진식
  • 승인 2019.01.30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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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위원장과 만남을 통하여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약칭:경사노위)’에 양대 노총이 참여하면 대통령도 직접 참여하여 노동현안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민주노총 위원장도 ’사회적 대화라는 링 위에서 뛰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일부는 ‘탄력적 근로제 개악철회·최저임금제도 개악철회·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악철회ㆍ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ㆍ노정교섭 정례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결단이 선행되어야 경사노위에 참여하겠다는 조건부 참여 안을 들고 나왔고, 결국 논란 끝에 양대 노총은 사실상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하였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올해 총파업 4회와 주한미군문제 등 정치 이슈 개입을 공언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정관계가 정부 출범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7월 노사정위를 대신해 새로 출범한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대화기구이다. 민주노총은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정리해고제를 도입한 것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탈퇴한 후 20년 동안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를 거부해 왔다.

 우리나라 노사문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그 경제규모에 맞지 않은 최악의 수준임은 익히 알려져 온 바 있다. 지난주 세계경제포럼(WEF)이 공개한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 2019’에서 여러 인적 자원 항목 중 노사협력 분야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25개국 가운데 120위로 2017년 113위, 2018년 116위로 계속하락하고 있다. WEF 등 국가경쟁력 평가 기관들은 이러한 후진적인 한국의 노사문제의 주요요인으로 노동시장 경직성과 적대적 노사문화의 폐해를 줄곧 제기해 오고 있다.

 노동시장이 경직될수록 즉 유연성이 떨어질수록 전체 노동시장에서의 관점에서 보면 고용상황이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적대적인 노사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고용주는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되고 일자리 총량이 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게 된다는 주장을 마냥 부인만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총 근로시간제한 강제, 정부의 급속한 정규직화 압박 등은 노동시장 경직성을 키웠고, 결국 고용 참사로 이어졌다고 보는 학자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노사분규는 134건으로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최다로 발생하였다고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기업인 72%는 올해 노사관계가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도 한다. 여러 면에서 암울한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노사정이 만나서 사회적 대화를 하자는 제안을 거부한다면 누구의 박수도 받기 어려울 것이다.

 노사는 기업의 성쇠와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운명 공동체이다. 따라서 상생의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노사가 서로 인정하고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부터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나 노사는 모두 노사 협력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실행력 있게 추진하여야 한다. 어느 조직이나 집단에서도 상호 불신과 대립 속에는 어떠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조그만 배위에서 서로 파도를 헤치고 목적지를 행해 나아가도 언제 어떠한 장해물을 만날지 알 수 없는데도 하물며 서로 적대시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떤 희망이 남아있겠는가. 전쟁 중에 적과도 대화하고, 남북도 만나서 대화하는 이 상황에 노사정이 만나서 대화하자는 제안을 꼭 거부해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 과연 누구를 위하여 대화를 거부하는 것인지를.

 가정도 사회도 막힌 국면을 돌파하고 오해를 푸는 데는 대화만이 답일 뿐이다. 현재 최저임금ㆍ탄력근로제ㆍ 고용창출 문제 등 우리사회는 총체적인 어려움 속에 힘들어하고 있다. 나와 뜻이 같지 않다고 예단을 하고 일체 대화의 창문을 닫아버린다면 어떤 해법이 나올 수가 있겠는가. 적대적ㆍ일방적 노사관계는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지름길이다. 이제라도 투쟁적 노사관계를 합리적이고 상생적인 노사관계로 고쳐나가야 할 때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노동환경도 개선되면서 더 이상 노동자에게 회사가 투쟁 상대로만 여겨지는 시대는 지났다. 노사문제는 첫째도 둘째도 오직 대화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선입견을 버리고 대화를 통하여 국민과 함께 갈 때 정치도, 노동운동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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