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갑순 투병기 ‘민머리에 그린 꽃핀’
박갑순 투병기 ‘민머리에 그린 꽃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1.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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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의 암을 앓았지만, 암이라는 판정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막막함이었다. 알고 있던 상식마저도 휘발되어버려 백치가 되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누구를 찾아야 하는지, 그저 발만 동동거렸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처지를 당할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었다.”

 수필과 시를 쓰면서 문단 활동을 왕성하게 해온 박갑순 작가가 독립출판으로 투병기를 냈다.

‘민머리에 그린 꽃핀’은 그녀가 도서관에서 독립출판 강의를 듣고, 글을 쓰고, 편집하고, 디자인까지 마친 귀한 책이다.

 지난 2014년 말에 위암 발병으로 치료하며 지내오다, 2017년에는 또다시 유방암에 발목이 잡혀 항암, 방사선, 표적치료까지 1년 6개월 동안의 투병 기간을 거친 그녀는 그 시간을 꼼꼼하기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것은 고통 속에서 절망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투병에 자신감을 갖고, 희망을 붙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투병 기간을 잘 감당해준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은 것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삶의 굴곡이 주는 진솔한 울림을 준 수필집 ‘꽃망울 떨어질라’에 이어 지난해에는 삶의 고비를 넘기며 쓴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를 펴낸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책을 펴낸 부지런함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두 번의 암과 맞닥뜨려서도 긍정의 마인드로 잘 견디어 내고 있는 그녀에게 문학은 강력한 항암제고 치료제였던 것은 아닐까?

 그녀는 자신에게 문학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힘겨운 항암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담아 가족에게도 보이기 싫어했던 민머리 사진까지 책 속에 과감하게 실었다. 페이지마다 힘든 치료의 과정 속에 느낀 감정들을 풀어 쓴 자작시도 수록돼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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