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피드 시스템으로 최고의 장수한우생산
로컬피드 시스템으로 최고의 장수한우생산
  • 서정원
  • 승인 2019.01.28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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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군은 장수읍과 장계면 일대의 분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이 산지인 하늘 아래 고장이다. 산간지역에 위치한 지역이 그렇듯이 약 2만3천명의 적은 인구에 절반가량이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장수군은 주산물이 사과, 한우, 오미자, 토마토로 그 품질이 매우 좋으며, 특히 ‘장수’하면 사과를 꼽을 만큼 추석 전에 출하되는 장수사과의 인기는 전국 최고이다. 관내 농업인이 친환경 농업을 선호해서 사과와 한우, 오미자 등의 경축순환 경영모델을 활용한 소비자 중심의 안심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또한 지역 주요 농축산물이 모두 붉은색(RED)에 착안하여 2007년부터 추진한 ‘한우랑 사과랑’ 축제에 올해 방문객수 33만명, 한우 소비량 200여두 생산액 15억, 전체 농산물 판매액 30억원을 달성하는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나쁜 농업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농업을 통한 안정적인 소득기반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장수군은 국내 최고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라는 칭찬에 만족하지 않고 소비자의 신뢰에 보답하고 변화하는 고품질 소비시장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 육성된 사료작물 품종의 종자를 지역에서 자체 생산하여 그 종자로 한우 먹이인 풀사료를 생산, 공급하는 ‘로컬피드(Local Feed, 지역생산-지역소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쌀 생산량의 2배가 넘는 연간 1천만톤 이상의 곡물을 가축 사료로 해외에서 도입해 곡물 자급도가 23% 내외로 낮은 나라이다.

 한우의 경우 초식동물의 특성을 고려한 질 좋은 자급 풀사료 생산이 사료비 절감의 최선책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풀사료는 절반 이상이 전남·북의 평야지대에서 생산되어 생산과 소비가 불균형하기 때문에 장수군 같이 생산기반이 열악하여 풀사료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많은 물류비용을 들여 다른 곳에서 구매해 오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생산비도 증가하고, 다른 지역에서 온 사료로 가축을 키우니 지역의 고유한 브랜드를 창출하기도 어렵게 된다. 지역의 수익원을 창출하고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한우 먹이를 확보하는 것이 ‘로컬피드’ 사업을 추진한 첫 번째 이유이다.

 둘째는 농약으로 범벅된 수입 사료작물 종자를 품질과 안전성이 검증된 자체 친환경 종자로 대체하는 사업이 그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풀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뿌려지는 종자는 거의 전량을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다. 심지어 국내에서 육성한 품종조차도 종자는 해외에서 채종해 들여오고 있으며, 국내산은 청보리 등 9% 남짓에 불과하다. 이들 종자는 도입과정에서 해외 병해충의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농약으로 소독돼 들여오는 것이다. 농약 소독된 종자는 토양환경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풀사료에 농약잔류의 위험성도 가중시키기 때문에 사람이나 가축의 건강을 위협한다.

 장수군은 종자 자급화를 추진하는 첫 단계로 2013년부터 3년간 국립식량과학원과 공동으로 추운지역에서 적응력이 좋고 월동 후 수확이 빨라 겨울 사료작물 중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호밀의 ‘채종적지 선정’ 프로잭트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지역에서 필요한 호밀 종자 134톤 중 27톤을 생산하여 수입에만 의존하던 호밀 종자를 국산화한 첫 사례이다.

또한 장수군 내에서 생산에 적합한 사료작물과 품종 및 생산기술을 확립하기 위해 2015년부터 3년간 국립식량과학원과 공동으로 ‘풀사료 연중생산 및 공급체계 구축’이라는 과제를 수행하였다. 이에 장수군을 풀사료 생산 불리지역에서 연중생산이 가능한 지역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장수군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농촌진흥청 농업기술대상 융·복합기술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제 장수군은 지역에 특화된 작물과 품종, 그리고 생산기술이 확립돼 있으며, 지역에 생산된 종자와 풀사료로 진정한 ‘장수 한우’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로컬피드 시스템’ 구축에 혼신을 다하고 있으며, 이 사업은 5년 이내 정착과 함께 6차 산업으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우리 지역이 추진하고 있는 ‘로컬피드 시스템’은 지역 브랜드화 정착뿐만 아니라 가축전염병 이동을 차단하여 국가적 손실을 예방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안전한 친환경 ‘청정 장수한우’를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것, 그것이 최종 목적지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서정원(장수군농업기술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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