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립미술관 ‘100년의 기다림-한국근현대명화전’
정읍시립미술관 ‘100년의 기다림-한국근현대명화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1.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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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맞으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의 예술혼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가 펼쳐진다.

정읍시립미술관은 4월 20일까지 ‘100년의 기다림-한국근현대명화전’을 펼쳐보인다.

 이번 전시는 2019 정읍 방문의해를 맞아 열리는 특별기획전이다.

 조선이 서양미술을 수용하기 시작한 1900년 이후부터 100여 년의 시간을 망라한 전시인데, 미술사적으로 큰 획을 그은 근현대 대표작가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교과서에서만 보아 오던 한국근현대 대표작가의 작품 70여 점을 정읍에서 선보이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온 가족이 함께하면 좋은 전시다.

 총 3개의 전시실에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백남준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천천히 음미하고 곱씹으면 가슴에 아로새겨질 작품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회화, 한국화, 조각, 입체, 미디어 작품 등 다양한 장르와 시대를 넘나들고 있는 만큼 최대한 전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교과서 속 우리 미술전’, ‘한국화를 넘어 한국화로’, ‘새로운 표현의 모색’으로 갈래를 탄 세 개의 전시키워드는 20세기 한국 미술의 전체상을 한 눈에 보여주기 충분하다.

 1전시실에서는 격동의 역사 속 빛나는 예술혼을 탄생시킨 걸작들을 소개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민주항쟁까지 혼돈의 시기 속 예술의 낭만이 꽃핀 한국 근·현대 미술 백년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최근 인기 드라마에 작품이 노출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환기(1903-1974)의 작품을 메인으로 배치하고 있다. 산과 구름, 달과 같은 소재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1962년 작인 ‘산월’인데, 점 시리즈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작품도 함께 배치해 작가의 발전 단계를 짚어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국 근대조각을 대표하는 권진규(1922-1973)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1만 년도 넘는 시간을 버텨낸다는 테라코타를 통해서는 예술혼의 영원성을, 건칠기법으로 완성한 ‘비구니’조각에서는 외국작품의 모방에서 벗어나고자 한 작가의 의지가 확인된다. 박수근(1941-1965)의 ‘소금장수’와 ‘노상’, 이중섭(1916-1956)의 ‘사슴과 두 어린이’, 이수억(1918-1990)의 ‘6,25동란’등 향토적 색감과 민족성을 담아낸 작품도 빛난다.

 2전시실은 전통산수화의 발전과 현대적 계승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가득하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이응노(1904-1989)의 ‘군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예술의 표현 방법이 달라지고 있는 동시대에 붓놀림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다. 이응노의 작품은 ‘문자추상’과 ‘콤포지션’까지 전시하고 있다.

 또 한말 최후의 어진화가인 김은호(1892-1979)의 수작 ‘승무’, 진채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박생광(1904-1985)의 500호 대작인 ‘청담스님’,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리는 천경자(1924-2015)의 ‘아열대Ⅱ’등의 색의 향연은 강렬한 감동을 전하고도 남는다.

 3전시실에는 광범위한 표현기술과 다채로운 방법론으로 현대미술을 구현한 작품들을 다양하게 펼쳐내고 있다.

 백남준(1932-2006)의 ‘피버옵틱’은 인간과 기계의 공존에 뜨거운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2m가 넘는 압도적 크기의 기계가 주는 위압감보다는 유머러스하면서 친숙한 모습이 흥미롭다.

 여기에서는 정읍 출신의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전수천(1947-2018)과 한국근대미술사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원로화가 윤명로(1936- )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흥재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은 “정읍시립미술관이 개관 4년차를 맞고 있는데, 이번 전시가 미술관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가져오는 의미있는 전시로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기획전시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무료입장. 정읍시립미술관은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시 대표작을 아트월로 만들어 포토존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고, 일반 시민들과 학생들을 위한 전시연계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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