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면 살고 쏠리면 죽는다
흩어지면 살고 쏠리면 죽는다
  • 윤석
  • 승인 2019.01.24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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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서 가장 처음 겪은 혹독한 경쟁은 무엇인가.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같은 답을 할 것이다. 바로 대학입시다. 대입은 가장 치열한 계급투쟁의 장이라고까지 사회학자들은 표현한다. 한국인 대부분은 어른도 되기 전 이 치열함을 제정신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선지 최근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화제다. 보다 보면 드라마인지 공포물인지 헷갈릴 정도다. 의대에 합격한 아들이 수험생활이 지옥이었다면서 부모와 인연을 끊겠다고 선언한다. 그렇게 아들이 가출하자 엄마는 자살한다. 한 엄마는 도둑질하다 들킨 수험생 딸에 대해 스트레스 해소방법이라며 감싸준다.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했다고 가족을 속인 딸은 아빠를 위해 그랬다며 울부짖는다. 아버지는 그 딸을 폭행한다. 모두 실화가 바탕이다.

 

 수도권 쏠림, 부의 쏠림, 권력의 쏠림

 많은 시청자가 이 섬뜩한 에피소드에 감정이입 하고 현실에 한탄한다. 그러나 대입시스템이 바뀔 거라고는 감히 기대하지 않는다. 입시경쟁이 비단 ‘교육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대입경쟁은 한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쏠림’ 현상의 일부일 뿐이다. 스카이, 서성한중경외시로 표현되는 상위서열 대학(수험생기준)이 서울에 몰려 있고, 그 대학에 전국의 학생이 몰린다. 돈벌이도 마찬가지다. 1,000대 기업의 70% 이상이, 근로자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벤처기업도 60%가 수도권에 있다. 지난해 신규투자금액의 75%도 수도권 기업에 쏠렸다. 좋은 건 다 수도권에 욱여넣었다. 자연스레 사람도 그 틈새로 끼어들려고 애쓴다. 한국 국토면적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50%가 산다고 한다. 분명히 정상적 상황은 아니다.

 모든 쏠림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독성이 생긴다. 권력이 한 곳에 쏠려 생긴 부작용은 지난 정부가 제대로 보여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지켜본 사람들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을. 수도권 집값 문제도 결국 부동산 쏠림의 부작용이다. 공급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특정지역에 수요가 몰리니 집값이 뛰는 것. 수도권 신도시 추가 조성이나, 강력한 부동산 규제도 대증요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은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점점 과밀해지고, 지방은 점점 비어간다. 국토균형발전까진 당장 바라지 않는다. 지역 양극화부터 해결해야 한다. 위쪽 동네에만 좋은 대학과 좋은 기업, 좋은 집이 몰려 있다. 학생이고 청년이고 그 부모고, 너도나도 인 서울을 외칠 수밖에.

 

 지역·경제 양극화, 권력 독재화로 이어져

 그렇다고 강력한 제도를 통해 모든 것을 기계적으로 분산할 일은 아니다.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꾼다 해도, 통치권자 리더십이 약해졌다며 사회적 불안감이 조성될 수 있다. 서울이 지닌 인프라를 강제로 쪼개 지방으로 나눈다면 긍정적 효과는 있겠지만, 글로벌 도시로서 서울 경쟁력이 급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제도적 해결도 필요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한국의 비정상적 쏠림현상과 그에 따른 부작용은 계속될 것이다. 개발독재를 경험한 중장년층이 강력한 리더십만이 한국을 발전시킨다고 믿는 한, 지방대학교 졸업자가 학교 얘기 나올 때마다 움츠러드는 한, 한국 사람은 태어나 한양으로 가야 한다는 오래된 신앙을 버리지 않는 한.

 윤석<삼부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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