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
농민수당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
  • 라병훈
  • 승인 2019.01.24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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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생명산업”이므로 공익적 기능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함은 물론 이를 헌법에 명시 보상해야 한다는 소위 농업의 헌법적 가치론이 지난 2017년 11월 농협의 1,000만명 서명운동이 대대적으로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내면서 농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더니 최근에는 범국민적 여론의 공감대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철학적 견지에서 보면 일찍이 칸트가 전제했던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생명을 중시하는 절대적 가치개념과 맞닿아 있다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러한 공감대가 더욱 확산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만큼은 시장원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농업, 농촌, 농민을 살리는 일은 국가 균형발전의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문제요 국가의 정체성이라는 국민적 공감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말하자면 먹거리이자 국민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농업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이제 깊은 잠에서 깨어나 우렁찬 태동의 몸부림을 하는 것과 유사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존엄한 생명산업으로의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헌법적 명시요구와 당연한 가치보상으로서의 국민적 공감대 확산은 우리에게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스위스는 그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여 농정예산의 75%를 직접지불 방식으로 헌법에 명시하고 농업인에게 가치보상을 하고 있다. 생명산업으로서의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그 가치를 제공해 주는 주체로서의 농업과 농민을 인정한 결과다. 이러한 농업에 대한 범세계적 재인식의 공감대는 유럽연합(EU)도 동참하고 있는 등 더욱 확산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견해의 일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공감대가 새해 벽두부터 지자체를 중심으로 현실화되고 있어 의미가 깊다. 최근 농업의 가치보상을 고유한 기본소득의 개념으로 인정하고 농민수당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지자체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전국 최초로 전남 해남군에서 지역 전체농민들에게 농지면적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연간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원하는 농민수당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더니 강진군에서는 더 나아가 쌀 농가에게만 지급했던 경영안정자금을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현금과 지역화폐로 연간 70만원씩 지급하기 시작했다. 농민수당 지급에 가장 적극적인 전북도를 비롯하여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관련 조례안을 제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지자체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사실은 비로소 농업이 생명산업으로서 각인되고 그 공익적 가치와 보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열매를 맺고 있다는 명징한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최근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농업의 헌법적 가치 보상으로서의 농민수당은 “사람중심의 농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의 농정핵심 추진 비전으로써 국민과의 준엄한 약속과 근원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농정의 최대 현안 과제로 부상한 쌀 직접지불제 개편방향의 중심에도“농업의 공익적 가치 인정”이 전제적으로 반영되고 있음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소위 “공익형 직불제”라 할 수 있는 것으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창출하며 가치 있는 농산물 생산하는 농민들의 특별한 노력에 대해 시장이 보상하지 못하는 것을 정부가 대신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농업의 가치가 공공재요 공익재로서 자리 매김 해 가는 국민적 공감의식의 파고는 거부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헌법조항 반영에 대한 국민적 희망과 기대감이 더욱 커져가고 있음을 투영하는 것이다. 반갑게도 현재 지방정부가 당차게 중앙정부보다 앞서 나아가 뜨거운 불씨를 당기고 있다. 지난해 말 평균 재정자립도가 5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열악한 재정형편에도 담대한 동참의 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진즉 존엄한 농업가치 보상의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중앙정부의 의지에 달렸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 중심의 농정”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되며 올해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농민수당의 헌법적 가치 보장 실현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에 희망의 불씨를 반드시 심어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라병훈 미래농업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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