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과 공간의 공유를 통한 사회자원화가 필요하다
능력과 공간의 공유를 통한 사회자원화가 필요하다
  • 장걸
  • 승인 2019.01.23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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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버, 에어비엔비, 카카오 카풀 등 공유경제가 기술의 발달과 함께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2018년 12월 현재 우버와 에어비엔비의 시가총액은 각각 720억달러(약 80조원), 310억달러(약 34조원)에 달한다. 쓰임이 비어 있는 시간을 활용한 이들 공유사업모형은 사적 소유물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면서 자본화되는 측면이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자본은 사회적자원화 되지 못하고 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남의 물건, 남의 집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외국이나 대기업뿐만 아니라 민간분야에서도 이러한 시도는 매우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차장, 사무실, 반려동물 관리, 반려동물 임대, 자전거 등 생활용품, 예술작품, 재능(역량), 취미,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공유모형이 확산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수익까지 발생하는 사업형으로, 일부는 수익을 배제한 사회적공유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본과 정보가 기업으로 집중되는 형태가 아니라 사회적자원화 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공유사무실의 경우 공간의 기본인프라인 전기, 통신, 공간 등의 초기 투자비용을 아끼는 것은 물론이고 함께하며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등 공간 공유효과를 넘어서는 덤도 산출된다.

 물건, 공간 등을 점유하는 임대는 임시적인 소유권의 이전으로 볼 수 있으며 공유는 사용권의 이전으로 판단할 수 있다. 소유와 사용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급한 통화가 필요할 경우 타인에게 전화기를 빌려 쓰는 것은 소유가 아닌 사용이며 임대전화기는 해당 기간에 소유권을 가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소유로부터 사용으로의 변화 또는 시대의 전환을 읽을 수 있다.

 정년을 마치고 퇴직하는 공무원들은 행정의 달인, 금융계는 금융의 달인, 투자분야는 투자의 달인, 교육계는 교육의 달인, 언론계는 비평과 홍보의 달인…, 그 밖에도 우리 사회는 분야마다 달인이 매우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분들이 수십 년 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퇴직과 함께 쓰임이 사라지는 것은 사회적자원이 휘발되는 것이다. 반면에 만약 이분들의 능력을 공유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능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활동가와 예술가들이 문화예술분야의 공공지원사업에서 문서작성과 사용한 지원금의 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퇴직공무원과 연결의 고리가 생긴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어느 부서와 협의해야 하는지도 사전에 인지하게 되어 수월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가져올 수도 있다. 그리고 창업·창직의 시대인 요즘 그 분야에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계에서 은퇴한 분의 도움을 받는 것은 성공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일이 될 것이다.

 공간의 경우에도 공연과 전시의 수요에 비해 관련 시설이 부족한 현실을 공유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장과 전시장의 유휴기간에 틈새 공연·전시가 가능할 것이며 영화관 등으로도 활용분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서울의 한 공연장은 상대적으로 상영관 확보가 어려운 단편·예술·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으며 공연과 영화의 공존을 실험하고 있다.

 또한 교회, 성당, 학교강당 등을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종교적 신념 등과 예술적 가치가 일부 충돌할 수 있지만, 사고의 유연성을 가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대형 사무건물·공공기관 사옥의 로비 등을 활용한 전시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공유를 통한 활용성의 확대는 해당 공간의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인지도 확보는 물론 인식개선까지 할 수 있어 잠재고객을 확보하는데도 기여하게 된다.

 능력과 공간의 공유는 비용을 줄임과 동시에 역량강화도 가능하게 하며 선배와 후배, 장·노년층과 청년을 연결하는 사회계층의 통합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나누는 것이 아닌 함께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능력공유는 언뜻 봉사와 같거나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나, 봉사가 어떤 결핍을 채우거나 해결하는 형태라면 공유는 사회적 생산성도 확보할 수 있는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주시는 시장실이 비어 있을 때, 시민들에게 신청을 받아 회의나 세미나 등을 할 수 있게 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공유의 실천이다. 소유와 점유로부터 사용으로의 변화·전환 시대를 읽고 공유를 통해 사회적자원화를 이룬다면 욕구와 욕망의 최전방에 서 있는 자본주의의 함정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장걸<(재)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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