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조선의 천재들이 벌인 참혹한 전쟁'
신정일의 '조선의 천재들이 벌인 참혹한 전쟁'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1.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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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정여립은 대동사상을 꿈꿨다. 하지만 정여립은 너무 시대를 앞서서 태어나 시대를 앞선 사상을 주창하다가 실패한 혁명가이다.”

 승리만을 기록한 역사는 정여립을 말끔히 지우고야 말았다. 정여립은 의혹의 이름이고, 아직도 명예가 회복되지 못한 혁명가다. 문화사학자 신정일씨가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이었던 기축옥사를 재구성하면서, 수많은 천재들이 활동했던, 조선왕조 500년 중에서 가장 비극의 시대로 불리는 16세기로 초대한다.

 ‘조선의 천재들이 벌인 참혹한 전쟁(상상출판·1만7,000원)’은 기축옥사에 얽힌 음모와 정여립과 그 모반사건에 개입되어 죽어간 1,000여 명의 선비들의 진실을 추적하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책이다.

 역사는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른 각도로 볼 수밖에 없는데, 저자는 분명 동인과 서인을 막론하고 천재로 평가했던 정여립의 매력에 푹 빠져 집필한 흔적이 역력하다.

 책은 수많은 천재가 나타났던 시대에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당쟁과 임진왜란, 그리고 병자호란이라는 국난을 맞았던 조선의 명운을 따라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정여립은 물론, 서인 측의 송익필, 알성 급제를 했던 이발 그리고 정철 등 선비들을 불러들이면서 흥미롭게 챕터를 구성하고 있어 몰입이 쉽다.

 신씨는 “세상 사람들은 말이 많은데, 역사는 입을 봉한채 아무런 말이 없는 경우가 이 세상에 무수히 많다”면서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되지도 않고, 가장 드라마틱하면서도 사람들에게 풀리지 않는 의문점으로 남아 있는 역사가 1589년에 일어난 기축옥사일 것이다”고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기축옥사는 기축년(1589년)에 생긴 정여립의 모반사건을 시작으로 정여립의 모반사건의 연루자를 색출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인에 의해 동인들이 탄압을 받은 사건을 말한다.

 당시 조선 사회는 지식인들의 당파 싸움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정여립과 대립했던 선조는 불행하게도 동인과 서인, 광해군마저도 믿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임금의 자리에 있었지만, 계속되는 당쟁과 임진왜란 때문에 총체적인 위기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신씨는 “시대를 앞선 혁명가 정여립의 대동사상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60년대 말 부터였다”면서 “민족민주운동 진영에서부터 쓰기 시작한 ‘대동’이라는 말은 대학가로 자연스레 유입되었고, 대학교 축제 이름으로 ‘대동제’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뿐만 아니라 장승제에서도 ‘대동 장승제’라는 말이 쓰이면서 대동이라는 마른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서 하나가 된다는 뜻과 동시에 조국 통일의 의미까지 포함하게 되었다”면서 “이로써 정여립의 대동사상은 역사의 암흑 속에 묻혀 있다가 활화산처럼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어떤 이가 기축옥사를 두고 “정여립의 일은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낸다면, 그는 단박에 “나는 정여립이 역모를 꾸민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할 것이다. 김제 금산과 완주 상관, 전주, 진안 죽도, 논산 등 전국 곳곳에 남아있는 정여립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온 그의 두 발이 그의 주장을 증명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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