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혁신도시 KTX신역 신설에 대한 소견
전주 혁신도시 KTX신역 신설에 대한 소견
  • 이한교
  • 승인 2019.01.22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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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혁신도시에 KTX 신역 신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100년 뒤 전북의 인구가 얼마나 되겠는가. 지금의 감소추세라면 약 36만명 정도가 될 것이다. 전주시 13만, 익산시는 6만 내외가 된다는 얘기다.

 아직 먼 얘기 같지만 이미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진행 중이다. 혹자는 100년 뒤의 얘기가 무슨 필요하냐고 반문하겠지만, 지금 우리는 냄비 속에 개구리처럼 서서히 데워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전북은 수도권과 달리,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전북의 인구는 1966년 250만명이었고 남한의 총인구 2,815만명이었다. 2019년 현재 총인구는 5,140만명이다. 이런 증가 폭으로 보면 계산하면 전북의 인구는 441만명이 되어야 맞다. 그런데 현재 전북 인구는 증가 폭보다 58%가 감소한 185만명으로 지금도 계속 감소 추세에 있다. 왜일까? 난 그 원인을 수도권 집중화를 막지 못한 지도자에게 있다고 본다. 이 말은 대부분 지도자가 미래보다는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선에서 정책을 세우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전주 혁신도시에 KTX 신역 신설에 대한 문제 역시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선에서 고집을 부려서 생긴 일이다. 2006년 당시 익산 KTX 역사는 현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왜 그들은 현 자리를 주장했는가? 정말 그들이 익산의 미래를 위한 충정에서 그랬는가. 솔직하게 난 아니라고 본다. 분명히 많은 사람이 익산과 나가서는 전북의 미래를 위해서 이전을 주장했었다. 그런데 당시 정치인들은 주민을 표로 계산했고, 주민의 편을 들어주었다. 아마 누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주민의 손을 들어주는 게 쉬웠을 것이다. 이게 바로 지역이기주의인 핌피 현상이다. 물론 정치 지도자는 마땅히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분명 맞지만 크게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시 거론되었던 곳 중에서 익산을 벗어나지 않는 남쪽으로 3km 지점으로 이전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아마 이런 논란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협소한 지금의 역보다는 운신의 폭이 훨씬 넓었을 것이다. 이곳은 아직도 넓은 들판으로 남아 있다. 이곳에 익산역을 새롭게 세워 대규모 환승센터와 물류센터, 컨벤션 센터 등을 건립했더라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철도 거점으로 추진해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현 위치는 너무 협소해 궁색하다. 필자도 주차를 못 해 돌아올 때도 있었다. 더 이상 시설을 확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전북의 미래를 위해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신역을 신설하는 것보다 차라리 익산역을 이전하고 현재의 익산역은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것이 익산시가 가지는 교통의 중심지로서 입지를 세워주고 서로 상생하자는 것이다. 사실 나도 완주군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신역이 생기면 훨씬 편해질 것 같다. 그러나 이거야말로 미래를 망치는 이기주의란 생각이 든다. 전북의 미래를 위해 그림을 그려보자, 자꾸 낙후된 전북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우리의 편협된 생각이 그리 만들지는 안했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신역을 주장하는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그렇다고 동대구역, 서대전역을 예로 들며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 도시의 인구밀도는 우리보다 12배가 높다. 대전은 우리 전북 인구의 83%, 대구에는 140%인 250만명이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곳이다.

 나는 더 이상 소모전에 전북이 약화하지 않길 희망한다. 좁은 지역에서의 이기주의를 타파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실 새만금도 이런 차원에서 접근했더라면 하고 생각한다. 실시설계가 시작된 지 40여년이 지났는데도 완벽한 설계도가 없이 표류만 하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한때는 33km 방조제를 기준으로 더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군산, 김제, 부안이 법정 싸움까지 벌였다. 이게 바로 자중지란이다. 더딘 개발을 지켜보며 차라리 새만금을 하나의 시(가칭:새만금시)로 통합하고 일관되게 추진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처럼 또 다른 일로 집안 싸움으로 번지는 전주 혁신 KTX 역을 신설 문제는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 어떻게든 가까운 시일 내에 결정이 나겠지만, 필자는 신역 신설을 반대한다. 그 이유는 익산시를 대변하려는 게 아니라, 너무 가까워 저속철이 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전북의 에너지가 분산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만약 역이 신설되면 가장 먼저 익산시와 전주시는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쪼그라들고 말 것이다. 그래서 전북을 대표할 만한 도시가 사라지게 되고,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모름지기 지도자들은 모든 사안을 정치 생명 연장선에서만 보지 말고,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만약 새로운 역이 코앞에 신설되고 인구가 이대로 급격히 감소하면 어떤 모습일까. 머지않아 흉물로 남을 것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도시의 외곽개발을 막고 도시를 압축해 1인당 세출 액을 줄여 주는 것이다. 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한교<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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