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시달려 '40~50대' 생활형 절도범 급증
생활고 시달려 '40~50대' 생활형 절도범 급증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9.01.21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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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주시 객리단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32)씨는 좀도둑 때문에 주말마다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손님들을 위해 비치해 놓은 핸드 로션과 화장지가 매번 없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의 불평이 이어지자 그는 주말마다 수시로 순찰했고 결국 로션과 화장지를 훔쳐가는 범인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범인은 40대 후반의 평범한 아저씨였다. 범인은 생활고에 시달려 생필품 살 돈이 부족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정씨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정씨는 다시 범행을 하지 말라며 일침을 날린 뒤 화장지 두루마리를 주고 그냥 보내줬다고 말했다.

 #2. 한옥마을 인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손님이 머물지 않은 방이 매번 더럽혀져 있고 비누 등 객실 내 물품이 매번 없어졌기 때문이다. CCTV를 돌려본 결과 한 노숙자가 새벽에 몰래 들어와 아침 청소 시간이 시작되기 전 다시 나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그는 대기하다 객실을 다시 침입한 범인을 붙잡았다. 범인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50대 여성이었다. 범인은 선처를 바라며 그동안 투숙비용을 지불했고 A씨는 이를 받아 들였다.
 

 침체된 경제 여파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남의 물건을 훔치는 중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21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도내에서 발생한 절도 범죄로 적발된 인원이 지난 2017년 3천142명, 지난해 3천226명으로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발생한 절도 범죄 가운데 40대와 50대 절도범이 1061명(33%)으로 미성년자인 10대(23%)를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것이다.

 지난 2017년에도 1061명이 붙잡혀 전체 절도범 중 30% 이상이 40∼50대가 차지하는 실정이다.

 중년 절도범은 공구, 현금 등 생활형 범죄에서부터 묻지마 절도에 이르기까지 그 유형도 다양했다.

 실제 지난 7일 폐업한 주유소에서 주유탱크 뚜껑을 훔친 B(57)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지난달 20일 오전 완주군 한 주유소 공터에 보관 중이던 주유탱크 뚜껑과 샌드위치 판넬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남원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공구를 훔친 50대가 붙잡혔다. 지난 3일에는 병원 캐비넷을 뒤져 신용카드를 훔친 40대가 경찰에 붙잡히는 등 중년의 절도가 기승을 부리는 실정이다.

 일선 현장을 누비는 경찰도 범인 검거 시 중년의 절도범을 어렵지 않게 본다고 말했다.

 경찰관 C씨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다 보면 절도 행각을 벌인 중년들을 쉽게 본다”면서 “대부분 전과 전력이 있는 탓에 다시 절도 행각에 손을 대는 중년들이 많다. 한쪽으로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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