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변화에 대한 선제적이고 장기적 대비태세
기상변화에 대한 선제적이고 장기적 대비태세
  • 김현수
  • 승인 2019.01.21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금 돼지의 해라는 기해년이 밝은지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새해 초 올해의 희망을 생각하며 소망하는 일들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각오를 새롭게 다진 게 어제 같은데, 조금 있으면 2월이 시작되고, 우리는 설날을 준비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지난 한해가 어땠는지에 관계없이 1월에는 여러 일에 대한 희망을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되는 것이 누구에게나 매년 반복되는 패턴인 것 같다.

 한겨울의 매서운 날씨는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그 와중에도 따뜻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탐스러운 함박눈이 내릴 때가 아닐까? 실제로 눈이 내릴 때 따뜻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수증기가 얼음이 될 때 발생하는 승화열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눈은 우리 삶에서 추운 겨울에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다소나마 따뜻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서 존재해왔다.

 여러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눈은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경우가 많았다. 정월 초하루에 내리는 눈을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하여 상서로운 눈이라는 뜻의 서설(瑞雪)이라고 불렀고,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담도 오랫동안 전해져왔다. 그런데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속담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한겨울 내리는 눈은 차가운 공기와 지표면 사이에서 단열효과를 발휘하게 되어, 혹독한 겨울 날씨에도 보리가 얼어 죽는 걸 방지하게 된다. 또한, 계절이 바뀌어 봄이 되면서 쌓인 눈이 서서히 녹으면서 토양을 촉촉하게 적셔주어, 씨앗의 발아에 필요한 수분도 공급이 된다.

 이렇듯 겨울철 눈은 여러모로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상요소로 인식됐지만, 올해에는 유난히 눈이 적은 마른 겨울을 보내고 있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올 겨울 적설량은 예년 평균의 4%에 지나지 않고, 이로 인해 소규모 하천이 바닥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여러 극단적 기상현상을 경험한 후 이런 보도를 접하게 되면 ‘올해는 과연 어떤 날씨가 우리를 힘들게 할까’라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의 1년 강수량 대부분은 여름에 집중된다. 장마철을 포함한 7, 8월에 전체 강수량의 7~80%에 해당하는 비가 내리고, 한겨울에 눈 또는 비의 형태로 내리는 강수량은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동고서저의 지형 특성이 있는 우리나라는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내리는 비가 빠른 속도로 강을 따라 흘러서 서해로 유출되게 된다. 댐 건설을 통해 많은 저수지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던 옛날에는 여름철 빗물을 담아둘 수단이 많지 않았고, 그렇기에 양이 많든 적든 모든 계절에 내리는 비와 눈이 소중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작년에 충분히 내린 빗물을 여러 저수지에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도내 주요 상수원에서 물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빠른 시일 내에 겪을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물부족 걱정이 없기는 하지만, 올겨울 눈이 적게 내리는 현상을 매년 발생하는 다양한 기상이변에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생각하고 대비책을 차근차근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알리는 자연이 보내는 경고장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2015년의 극심한 가뭄이나, 이후 점차 심화한 참기 어려운 무더위, 불규칙한 태풍 발생 등 다양한 기상현상이 우리 삶을 힘들게 했다. 전반적인 지구 전체적 기후변화 양상을 바탕으로 판단해 볼 때, 올해도 이러한 일들이 약화하기 보다는 반복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일 것 같다.

 겨울 가뭄을 해결이 시급한 물 부족 현상으로 떠들며 소란을 피우거나, 저수량이 충분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분히 올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기상변화를 미리 상정하고, 실제 이들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단계적 방안을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다.

 삼한사온이라는 말로부터 알 수 있듯이, 과거 조상들은 첨단과학의 도움 없이도 앞일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날씨변화에 대한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였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여러 속담을 만들어낸 조상보다 좀 더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날씨를 경험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리 대비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 겪고 있는 현상을 너무 확대 또는 축소해서 해석하지 말고, 가능성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미리 키우며 대비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김현수<전북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