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노력으로 함께하는 사회
배움과 노력으로 함께하는 사회
  • 박병윤
  • 승인 2019.01.20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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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공무원으로서 최초로 민간단체 연구소인 희망제작소에 1년간 파견을 다녀왔다.

 파견 후 완주군에 ▲커뮤니티비즈니스 ▲신택리지 사업 ▲희망수레(지역 로컬푸드) ▲한일 커뮤니티비즈니스 포럼 ▲중간지원조직 설립 등 8가지 정책을 파견보고서를 통해 제시했고, 그 이후 완주군은 많은 혁신적인 사업을 추진하는데 일조했다.

 정부의 정책코드 안에 국가사업과 공모사업이 결정되고, 그 코드 안에서만 사업이 이루어지는게 통상적인 관례이지만, 반면에 완주군은 코드가 없더라도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서 사업을 벌려 나갔다.

 완주군이 처음 추진했던 커뮤니티비즈니스는 행안부의 마을기업을 만들어가는 힘이 되었고, 로컬푸드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각 부처는 완주군의 다양한 혁신적인 사업들이 정부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겪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중요한 사실이 있다. 공무원이 일을 다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바로 주민들의 참여력이다.

 완주군이 공동체사업과 로컬푸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의 새로운 사업의 성공 요인은 바로 깨어있는 주민들이 완주군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깨어있는 리더, 깨어있는 공무원, 열려있는 주민들의 힘이 모아져 완주군의 강한 힘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의식 있는 일꾼들이 지역을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간지원조직과 청년들의 창업 공간들이 늘어나면서 완주군에는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농촌은 어디나 똑같은 어려움에 겪고 있다.

 인구감소와 출산율 저하, 경제적 자립의 한계 등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숙제들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주군이 지향하는 정책은 희망이 있다.

 희망제작소 파견 10년이 지난 지금, 뒤돌아보면 그때 당시 나를 가르친 스승들이 시장, 청장, 전직 장관 등을 지내면서 지금도 찾아가면 언제든 정책을 조언해 주시는 든든한 스승이 되어주고 있다. 민간연구소 파견은 많은 만남과 경험을 통해 나에게 새로운 경험과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는 안목을 만들어 주었다.

 나에게 생활의 달인이 되라고 조언했던 분들의 뜻을 받들어 박사과정을 통해 지식과 그릇을 키워갔고, 그 와중에도 짬을 내 시작한 인문학 공부는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 주었다. 들꽃과 속삭이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이제는 생태인문학 강사와 사진작가가 되어 때로는 주말에 시민들과 함께 자연에서 함께 하기도 한다.

 동료 직원들과 술한잔 같이 못한 아쉬움도 많지만, 술자리는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지만 배움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하며 점심으로 직원들과 함께 하기도 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새내기 공무원이라면 나는 더 배우고, 더 많은 자격증을 따고, 더 많은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나갈 것을 주문하고 싶다.

 화가 난 주민들이 소장실을 방문하면 일단 차분히 원탁의자에 앉으시라하고 내가 직접 갈아 만든 정성스런 커피한잔을 건네 드린다. 화가 났던 주민은 커피를 내리는 동안 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따뜻한 커피 한잔에 어느 정도 화를 삭히며 나와 함께 공감대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한다.

 나는 바리스타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것이 잘했다. 커피가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 커피를 갈아 내리는 동안 나는 주민의 화난 마음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해년 새로운 소망이 있다면 모두가 한가지씩 배움과 노력을 통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박병윤 <완주산업단지소장·희망제작소 파견 1호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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