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수 목판화전 ‘숲에서 생각한 것들’
유대수 목판화전 ‘숲에서 생각한 것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1.14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빽빽한 나무들을 지나 숲에 들어가 앉으면 마치 세상에 아무 것도 없고 모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하지만, 적막하고 깊은 숲에서 어느새 복잡한 세상의 시간은 사라지고, 자신의 내면의 시간이 흐르기 마련이다.

목판화가 유대수의 열두 번째 개인전이 17일부터 27일까지 사용자공유공간 Plan C(전주시 완산구 은행로 30)에서 열린다. 전시 개막은 17일 오후 6시에 이뤄진다.

유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숲은 많은 것들이 촘촘하게 쌓여 가득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충만하게 비어 있는 것이라고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현대인들은 수많은 약속과 지식, 정보, 관계, 질서 등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 세상의 구성원으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더 갖춰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에 빠져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겨를도 없다.

유 작가는 신작 ‘숲에서 생각한 것들’을 통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특별한 숲으로 초대한다.

이번 전시에서 숲을 주요 테마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와 숨소리만이 가득 담겨진 느낌이다.

무수히 반복되는 세밀한 판각으로 가득 채워진 작품은 빈 공간이 없다. 여백을 버리고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작가의 처절한 노동의 시간까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빈틈없이 화면을 채움으로서 공간이 더 깊어지고, 시끄럽지 않고, 고요하다.

결국, 작가가 새겨넣은 숲은 현실을 벗어난 누군가의 미래가 될 터다. 초대 받은 숲에 앉아 무엇을 생각할 것인지는 관람객 각자의 몫일 뿐. 끝도 없는 공간 속에 끼어 들어가 앉아 있거나 걷고 있는 사람의 모습에서는 세상살이의 고단함에 대한 토닥임이 묻어난다.

유 작가는 전주 출생으로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문화인류학과 석사를 수료했다. 열두 번의 개인전과 80여 회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서신갤러리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 전주한옥마을에 판화카페대수공방을 열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전시 관람은 매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가능하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