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에 한파까지, 인력시장 ‘꽁꽁’
건설경기 침체에 한파까지, 인력시장 ‘꽁꽁’
  • 익산=문일철 기자
  • 승인 2019.01.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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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니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너무 무겁네요”

최근 지역 건설경기 침체와 불황, 여기에 겨울 한파까지 겹치면서 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인력시장에도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새벽 5시 익산의 한 인력사무소. 새벽 찬바람이 몰아치는 이른 시간 영하권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용근로자 아르바이트생 상시 모집’ 문구가 붙어있는 인력사무소 입구 앞에는 구직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구직자들과 여기에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도 눈에 띄었다.

인력사무소 문이 열리자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들은 순식간 2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구직자들은 한파를 견디기 위해 목도리, 장갑, 두터운 옷으로 온 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공사 현장은 대부분 오전 7시부터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오전 6시가 넘어가자 인력사무소는 ‘오늘은 꼭 일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어떤 일이든 좋으니 허탕만 안쳤으면 좋겠다’ 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15년 넘게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최모(55)씨는 “건설업 경기 침체와 겨울 한파를 맞아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으며, 이마저도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가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겨울이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력사무소를 나오지만 실제 나에게 일이 할당되는 일은 한 달에 10일도 안된다”고 한탄했다.

겨울 방학을 맞아 일자리를 구하러 나온 대학생 김모(21)군은 “겨울방학을 맞아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나왔다”며 “새벽부터 2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일자리가 없어 집으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오전 8시가 넘어가자 20여명 중 절반은 일감을 구하지 못해 뒤돌아서면서 으레 하듯 해장국을 곁들어 아침부터 소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겨울철에는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11월 말을 기점으로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동절기에는 공사가 중지되기 때문에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보릿고개나 다름이 없다.

익산의 한 인력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건설경기 불황이 심해 일자리가 많이 없는 편이다”며 “구인하는 업체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을 선호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내국인 인력시장 상황이 지금보다도 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익산=문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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