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제도의 산물이다
예술은 제도의 산물이다
  • 박인선
  • 승인 2019.01.13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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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미지설명 : Junk Art-행복만들기 (박인선 作)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혼란스럽다 못해 “이게 미술인가?”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작가가 그럴진대, 일반인들은 작품 앞에서 무관심 내지는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니냐고 질타를 하고 싶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의 배경에는 예술이란 전통적 개념의 아름다움만을 생각해온 데서 연유하게 된다.

 전통적 개념의 예술은 언어적으로도 구체적이다. 아름답다. 우아하다. 생동감이 넘친다. 이런 것처럼 시각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그것이 감상의 하나의 방법이기도 했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이런 관념은 지속하여왔다. 우리나라의 전통산수풍경이나 화조화, 미인도, 풍속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작품은 장식적이고 기념적인 대상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사실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인상파시대 이후 변화를 모색하는 화가그룹들은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기를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빛에 의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사물들의 색 변화를 인식하게 되었다. 3차원적인 입체를 평면에 표현하려는 새로운 시도도 나타나게 되며 재료에 대한 다양성과 실험정신이 미치면서 공장에서 만든 공산품이 작품으로 등장하였다. 버려진 폐기물이나 동물의 사체를 이용한 작품들이 선보여지는가 하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대상들이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였다. 그래서 흔히들 혼돈의 미술이라고 까지 했다.

 그래서일까?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예술은 사기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포함한 예술에 대한 반사회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예술에 대한 폄하발언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현대미술의 난해함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해하는데 한몫을 하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작가로 백남준 작가 보다는 오래전에 이름을 올린 마르셀 뒤샹이다. 

 그의 작품은 작품으로서 가당치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적 관심과는 괘를 달리하고 있었다. 비웃음과 해프닝으로 기록 될 만큼 냉소적이었다. 공장에서 만든 남성용 변기와 자전거 바퀴 같은 공산품이었다. 그러나 공장의 공산품도 본래의 목적을 떠나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예술이 아닐 것 같은 대상을 논쟁의 대상으로 끌어내 놓으면서 개념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만들었다. 

 예술은 ‘제도 속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자신의 지론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현대미술의 의미를 간명하게 대변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곳에는 관객은 물론이고 미술관과 평론가, 예술철학자, 큐레이터, 기획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말한 ‘제도’라는 이름 뒤에는 암묵적인 카르텔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술은 사기라고 일갈했던 백남준도 결국은 제도 속에서 성장해온 작가다. 그가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도 제도 속에서 새로운 페러다임을 구축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비디오 아트가 인정받기까지 TV화면으로 캔바스를 대체하겠다며 자신의 예술철학을 끊임없이 설파한 결과물이다. 그렇게 인정받기까지는 TV는 대중매체에 불과했다. 

 이처럼 예술은 논쟁의 산물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필자가 고물상에 작업공간을 만들고 작품활동을 하는 정크아트도 그중의 하나다. 버려진 폐기물들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면서 산업사회의 폐단을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화려한 도시와 문명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는 이들 작품 속에서 새로운 화두를 만들어 내고 각성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 또한 현대미술의 한 축으로 제도가 만들어낸 장르인 샘이다. 

 

/박인선 정크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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