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어야
전북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어야
  • 이선홍
  • 승인 2019.01.10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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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의 90%를 경제문제에 할애했다. 이날 신년사에서 대통령은 산업 전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며, 혁신이 있어야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라북도 역시 지역경제 혁신에 전력을 쏟겠다며 2019년 도정 운영을 함축하는 사자성어로 ‘절차탁마(切嗟琢磨)’를 선정하였다.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며 혁신적 사고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보면 국가나 지방이나 가장 큰 화두는 경제문제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면 우리 전북 경제에도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까? 미국 시애틀의 1970년대 모습을 보면 전라북도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1971년 당시 시애틀 분위기는 매우 암울했다. 이 지역 최대 기업이자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 사의 잇단 감원 조치로 직원수가 10만6,000명에서 4만명으로 2년만에 6만여명이나 줄어 타격이 매우 컸다.

 오죽하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는 당시 시애틀을 가리켜 ‘절망의 도시’라고 했을까. 하지만, 시애틀은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그 기적 같은 변화는 1979년 1월 1일에 시작되었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이름의 작은 기업이 시애틀로 이전했다. 그때는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지만, 한때 전세계 PC 운영체제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한 MS의 이전은 시애틀로 실력 있는 인재들이 모여들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어 1994년에는 4차 산업혁명의 선두기업인 ‘아마존’이 시애틀에 창업하게 된다.

 현재, MS와 아마존의 시애틀 본사 직원은 합쳐서 6만명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두 회사는 시애틀 지역에서 30만개 서비스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되었다. MS와 시애틀은 기업이 도시의 운명을 얼마나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다.

 또 한가지 사례가 있다. 바로 세계 5대 연기금 중의 하나인 캘퍼스가 위치한 미국 세크라멘토시(市)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주도인 세크라멘토는 면적이 257㎢이고, 인구가 26만명으로 전주의 절반도 되지 않은 도시다.

 농업이 주 산업인 세크라멘토시가 지방 소도시임에도 세계적인 연기금이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공항과 항만, 고속도로 등 잘 갖춰진 인프라 때문이었다.

 우리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면 필자는 시애틀의 MS 그리고 세크라멘토시가 우리 지역에 입지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전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전북은 현재 미래전략산업으로 국민연금을 활용한 제3의 금융중심지 지정으로 삼고 힘차게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부족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로 전주와 전북이 발돋움하려면 인력양성, SOC 등 정주여건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한다. 일각에서 논두렁기금이니 돼지와 이웃하고 있다는 등 국민연금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 부족한 점은 있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최고 수준의 우수한 인재가 필요한 연기금전문대학원 설립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임에도 교육부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된 점이 몹시 아쉽다.

 특히, 사회간접시설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공항의 경우 일분일초를 다투는 기금운영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SOC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전북이 추진하고 있는 국제공항 예비타당성조사라는 절차상 이유로 제3의 금융중심지 선정에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로 재선을 노리던 조지 부시대통령을 밀어내는 승리를 거뒀다.

 그렇다. 문제는 경제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속속 입주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린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과 관련된 제3의 금융중심지 조성은 우리 전북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특화된 산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게 현실이다. 연기금전문대학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고, 국제공항과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 정주여건 개선도 시급하다. 정부차원의 통큰 지원과 지자체, 정치권, 언론 등 도민 모두의 협력과 의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선홍<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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