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꽃은 오얏나무에서 핀다
오얏꽃은 오얏나무에서 핀다
  • 이소애
  • 승인 2019.01.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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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펨바 효과 Mpenba effect는 이상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현상이다. 특정한 상황에서 고온의 물이 저온의 물보다 더 빨리 어는 현상을 또는 그 효과를 말한다. 짧은 내 지식으로는 신기할 뿐이다.

 1963년 탄자니아의 에라스트 음펨바 Erast B. Mpemba가 마감바 중학교 조리수업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만들려고 뜨거운 상태의 용액을 얼렸더니 식힌 후 얼린 것보다 먼저 어는 것을 발견한 후부터 음펨바 효과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같은 부피인 섭씨 35도의 물과 5도의 물을 얼리면 고온의 물이 먼저 얼어버린다고 하니 정말 신기했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어떤 부부의 사랑이 떠올랐다. 부부의 애정이 뜨거울수록 사소한 사건을 속히 풀지 못하고 이혼까지 들먹이는 정열적인 부부의 생활이 음펨바 효과를 반영하는 것 같았다.

 혼인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이 사람과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한다고 하니 매일 활활 타오르는 사랑으로만 살아야 하는 게다. 정열적인 사랑이 냉각상태로 쉽게 변한다면 미지근한 사랑이 오히려 좋을 성싶다.

 서로 환경이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습관이 쉽게 배우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깊은 대화가 없이는 도저히 상처를 치유하기가 어렵다. 요즈음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 환경에서 바삐 살기 때문에 배우자의 말을 건성으로 듣거나 내 방식대로 결론을 내리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노부부도 마찬가지다. 귀가 어둡고 또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눈도 흐릿해서 배우자의 말에 귀담아듣기란 험준한 산행 길을 오를 때와 마찬가지다. 음펨바 효과처럼 사랑의 온도가 낮으면 냉전 발생 속도가 느릴테니 마음의 위로를 해본다.

 살아만 있어도 고마운 배우자다. 곁에서 숨만 쉬어도 든든한 배우자다. 서로 외로움을 위로해 주고 배려하는 부부가 세상을 밝게 한다. 그런 부부의 애정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밖에 나와서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에도 무난하다. 가시를 입에 물고 다니는 노인의 행동은 행복 바이러스를 파괴하고 다닌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따스한 봄볕이 그립다. 봄을 그리워하니 초록빛만 보아도 반갑다. 어린 시절 나의 출생을 기념하기 위해서 마당에 심어놓은 오얏나무가 눈에 선하다. 어린 시절엔 오얏꽃을 보면 벚꽃이 더 예쁘게 핀다고 생각하고, 자두열매를 따서 먹을 때에는 복숭아가 더 맛있다고 여겼었다. 그러니까 오얏나무 보다는 복숭아나무와 벚나무를 더 좋다고 생각하며 자랐었다.

 아버지는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꽃문양을 떠올리며 심으셨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깊은 뜻을 알 리가 없는 나는 매사에 불만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생각은 자기 자신을 괴롭힐 것이며 치매를 유발한다는데 부정적인 느낌으로 하루를 산다.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 (미국 소설가)는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림자처럼 다가오는 치매기에 대한 공포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1961년 6월 권총자살을 했었다. 1928년에는 그의 아버지가 똑같은 방식으로 자살했으며 그의 형, 누이에 이어 1996년에는 손녀이자 유명한 배우였던 마고 헤밍웨이가 할아버지 기일에 자살하지 않았던가.

  이는 내가 어린 시절 오얏나무 꽃과 열매를 보며 벚나무와 복숭아나무를 좋아할 때처럼 나의 삶에 만족을 느끼지 못했을 때와 무관하지 않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 살아야 행복이 문을 두드린다. 오얏나무에서는 오얏꽃만 핀다.

 이소애<시인/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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