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의 추억이 남긴 사진과 글…아련한 그리움
장날의 추억이 남긴 사진과 글…아련한 그리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1.01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온 사진가 이흥재와 섬진강 시인 김용택, 연탄재 시인 안도현이 장날에 관한 담담하지만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20여 년 전 이흥재와 김용택, 이흥재와 안도현이 각각 만든 책이 한 권의 새로운 책으로 탄생해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을 이루어낸 것이다. 장터의 왁자지껄한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글과 사진으로 가득 채운 ‘장날(시공아트·2만원)’이다.

 책에는 장터라는 무대 위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장날’ 속 인물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평범한 이들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들은 제각각 사연을 지니고 다가온다.

 만원 버스에 한 짐이라도 더 실어 보내기 위해 애쓰는 어머니들의 뒷모습과 쪽진머리, 물건을 고르다 말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 장터 바닥에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하는 상인들, 사이 좋게 국밥을 나눠 먹고 있는 노부부까지….

 평범하지만 특별한 장날의 사진들은 박제된 옛 장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사진 속 장터가 바로 이야기의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진가가 장터를 오가는 한 명 한 명을 클로즈업해 포착하고 나면, 두 명의 시인은 장날의 추억을 풀어내기 시작하는 방식으로 책이 흐름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 그 장날에 사진가가 따뜻함을 불어넣고, 표정을 덧붙이고, 사연을 끌어내 눈앞에 생생한 장터를 재현해낸다.

 이내 두 명의 시인들은 어린 시절 장날에 얽힌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슴 찡한 이야기에서부터 이제는 사라져 가는 장날의 기억들에 대한 아련한 느낌까지 꾹꾹 눌러 썼다.

 사실, 장터에는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자연스럽게 사진가와 시인, 상인과 손님이 뒤섞이는 삶의 무대인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바로 그러한 정겨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정진국 미술평론가는 “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인의 한 구절은, 장터의 왁자지껄한 수다 속에서 누군가 내뱉은 한 마디가 마치 바람결에 실려와, 우리의 귀청을 때리기라도 하는 느낌이다”면서 “카메라로 보기에 좋은 것만이 가치 있는 이미지라는 생각이 널리 퍼진 오늘날에 이 사진들은 그냥 눈으로 보기에 좋은 것 또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확인시켜 준다”고 평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