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트럼프의 분노의 정치
미국과 트럼프의 분노의 정치
  • 이정덕
  • 승인 2018.12.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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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에도 분노의 정치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민들의 기존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분노를 활용하는 과격한 말과 정책으로 지지를 획득하는 정치인이 늘어나고 있다. 분노를 지지로 획득하기 위해 저주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희생양을 만들어 분노를 그러한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브라질,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에서 대중영합 정치인들이나 극우파에 가까운 정당이 정권을 장악했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민주주의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나라에서도 극우파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 이민자를 적으로 만들고 다른 국가를 적으로 만들어 지지를 얻는 방식이다. 그러한 정점에 미국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자극적인 언어로 백인 중하층의 분노를 집중적으로 자극하여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며, 2018년 중간선거에도 하원에서는 패배했지만 상원에서는 승리했다.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미국의 중부와 남부에서 집중적으로 유세를 다니며 이들의 지지를 얻어 전국 지지율이 40%에 불과하지만, 백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에서는 대거 승리했다. 이민을 이슈로 부상시켜 미국에 비백인들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를 백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또한 외국이 미국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훔쳐가고 불공정한 무역을 하여 미국이 힘들었는데, 이를 해결하면 다시 미국이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되고 미국민들 특히 백인중하층들도 다시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공격적인 표현을 많이 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부자와 기업들에 감세로 상층에 부를 잔뜩 안겨주면서도 백인 중하층의 지지를 얻는 비결이다.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알려진 미국에서 왜 이런 분노가 지속하고 있고 이러한 분노를 선동하는 정치인이 커다란 지지를 얻고 있을까? 미국인들 사이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백인들에게서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세계 최고의 국가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계속 되고 있지만, 그동안 이러한 믿음이 서서히 무너져왔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대중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고 피츠버그와 디트로이트 같은 미국제조업 도시들이 몰락하였다. 서비스업과 금융이 주도하며 임금격차와 빈부격차가 더욱 커지고 일자리도 불안정해졌다. 백인 중하층은 대체로 이민자들이나 외국상품의 범람으로 자신들의 안정적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신들의 미래도 불안해졌다고 생각한다. 백인상층들도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주도권이 약해지고 있다며 불안해한다.

 트럼프는 외부의 적들을 명확하게 하여 이들로 백인들의 분노가 향하게 하고 있다. 미국인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민, 무역적자, 미국기술의 도용이 미국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게 하였다.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적을 명확하게 하고 이를 공격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이민자들이 미국사회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중국의 천문학적인 무역흑자와 기술절도가 미국의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을 공격하는 데는 상층이든 하층이든 백인 대부분이 쉽게 동의한다. 이민과 달리 중국에 대한 공격에는 백인들만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비백인들도 상당히 동의하고 있다.

 미국사회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불안한 백인남성들의 분노가 트럼프 지지의 핵심동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노의 정치는 미국사회에서 백인과 비백인을 분열시키고 있고, 미국과 세계를 분열시키고 있다. 세계정치에서도 분열과 저주의 발언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세계정치도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분노의 정치로는 감성적 만족은 가능하지만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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