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의 문학교육, 이대로 좋은가?
중고교의 문학교육, 이대로 좋은가?
  • 김동수
  • 승인 2018.12.27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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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교육의 출발은 작품을 먼저 읽고 감상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오늘날 중고교에서의 문학 교육은 입시 때문에 교과서에 나온 지문 중심으로만 하고 있다. 그것도 다섯 개의 선지 안에서 하나의 답을 선택하도록 사고과정을 묶어 놓고 있으니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청소년들의 상상력 계발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은 독자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런데도 막상 시험지에서의 답은 하나의 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행 문학 교육의 실상이다. 교육 과정상 편성 기준에 맞춰 영역별로 안배를 하다 보니 전문(全文)이 실려 있는 게 드물고, 일부 지문과 그에 따른 분석과 문제 풀이만 나와 있다. 마치 10분만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작품성을 논하라’는 식이 현재 문학교육의 실태라고 한다. 문제집에 나와 있는 배경 지식을 외워서 문제를 풀어야 하니, 전체 맥락을 놓친 채 일부 지문만 들이 파는 문학교육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출제된 작품의 시험 문제는 잘 풀면서도 정작 남의 글과 말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새로운 문맹의 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 개원중 정미선 국어 교사는 “사고력, 소통 능력, 창의력을 키우는 게 국어 수업의 목표인데 우리는 글의 구조와 형식을 재빨리 분석하여 마치 수학문제처럼 독해를 감상을 해야 한다”며 국어에서 글쓰기 교육이 빠져 있고 에세이 쓰기에 대한 훈련을 전혀 못 받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최근 사교육 1번지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옛날엔 수학이었다면 요즘은 국어 학원 설명회가 가장 빨리 마감된다’고 한다. 요즘 학생들이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그 안의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을 못하는 ‘문맹’, 책을 많이 읽었는데도 글의 전체적 의도 파악을 못하고, 남의 의견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해보라고 하면 모르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토론이나 글쓰기 수업을 하려고 하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나서 ‘왜, 시간을 뺏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고 한다.

 김강태 교사(덕원 여고)는 “문학교과서의 시사(詩史)를 보면 소월, 만해 등 20,30년대의 작품만 강조되고 있는데, 김 교사는 문학사를 이들에게만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현재 여러 학자들에 의해 재평가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납·월북 문인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검토,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중고교 문학교재에 실려 있는 일제 강점기 문학은 조선총독부의 검열 아래 발표된 작품들로 민족의식이 배제된 탈민족적 식민지 종속문학이다. 그런데도, 광복 73년이 지났건만, 순수문학이라는 미명 아래 아직까지도 교재에 그대로 실려 그것을 그대로 아이들이 배우고 있으니 이 또한 우리가 시급히 청산해야 할 민족의 적폐가 아니겠는가?

 이에 필자는 1980년대부터 1996년 사이 중국과 미국 등지를 다니며 당시 상하이, 만주, 블라디보스톡,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등지로 망명했던 구국인사들이 현지에서 발표한 망명문학 작품과 이 시기 북한 문학 작품들을 1,000여 편 수집하여 왔다. 이러한 작품들, 월(납)북 작가와 해외 망명 인사들이 일제의 감시를 피해 현지에서 어렵사리 발표한 민족문학 작품들이 우리의 무관심 속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누락시킨 채, 국내에서 발간된(조선총독부의 허가를 받아) 식민지 종속 문학 작품만으로 이 시대의 문학사를 아직도 그대로 가르치고 있음은 민족의 수치다.

 내년이면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서울 서초고 김추인 교사는 말한다. “현행 문학교과서의 시사(詩史)가 절름발이 시사”라고, 민족의식이 배제된 식민지 종속문학만을 그대로 가르치고 있는 우리 중고교 문학, 이대로 좋은가? 서재에 묻혀 있는 항일민족 시가들을 바라보며 묻고 또 묻는다.

 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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