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새해 띠풀이- 재물과 길몽을 상징하는 돼지
[신년] 새해 띠풀이- 재물과 길몽을 상징하는 돼지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9.01.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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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는 사람의 일상과 함께 한 동물로 한반도에서 돼지는 수 천 년 전부터 사육이 이뤄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돼지해는 육십갑자 중에서 을해(乙亥), 정해(丁亥), 기해(己亥), 신해(辛亥), 계해(癸亥) 등 모두 다섯 번이 든다.

 실제 돼지는 저(猪), 시(豕), 돈(豚) 등을 사용하지만 상상 속의 돼지를 지칭할 때는 해(亥)로 표시한다.

 돼지는 12지(十二支) 가운데 12번째 동물에 속한다.

 하루 중 해시(亥時)는 오후 9시에서 11시에 해당하며, 해월(亥月)이란 음력 10월을 의미한다.

 돼지는 신화에서 신통력을 지닌 동물, 제의(祭儀)의 희생(犧牲), 길상(吉祥)으로서 재산(財産)이나 복(福)의 근원, 집안의 재신(財神) 등을 상징한다.

 반면에 세속에서는 탐욕과 게으름, 우둔함을 대표하는 띠동물이기도 하다.

 4~6세기 무렵 제작된 신라시대 토우에서는 멧돼지가 많이 나타난다.

 삼국시대 무덤들인 부산 복천동 31, 32호 고분 주곽(主槨)에서는 말, 개 토우와 함께 멧돼지 토우가 부착된 통형기대(筒形器臺)라는 토기가 출토됐다.

 죽은 이를 명부(冥府)로 보내는 장송(葬送)의 의미를 돼지에 담았다고 추측되고 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부여 항목에는 “부여국에는 군왕(君王)이 있고 (관리는) 모두 여섯 가지 기르는 동물로 관명(官名)을 삼으니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猪加), 구가(狗加)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 책의 읍루 전에는 “이 족속이 돼지 기르기를 좋아하며 그 고기를 먹고 가죽은 옷을 만들어 입으며, 겨울철에는 돼지기름을 몸에 바른다”고 쓰여있다.

 이를 볼 때 혹한을 이기기 위해 돼지기름을 사용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신화에서는 돼지가 신을 위한 제물이면서 나라의 수도를 정해주거나, 왕의 자식이 없을 때 왕자를 낳을 왕비를 알려줘 대를 잇게 하는 신통력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유리왕 편에 제물로 쓰기 위해 기르다 달아난 돼지를 뒤쫓다가 국내성 위례암이란 곳을 발견하고는 그 곳을 국도(國都)로 삼았다고도 전해진다.

 또한, 고려사 고려세계(高麗世系)는 태조 왕건의 조부가 되는 작제건(作帝建)이 송악에 정착한 계기를 돼지의 계시에 의한 것으로 하고 있다.

 삼국사기 고구려 산상왕 편을 보면 아들이 없던 왕이 돼지의 인도로 왕자를 얻었다고 했다.

 굿이나 고사와 같은 제사에 돼지머리가 앉기 시작한 유래는 고구려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후기에 나온 동국세시기에는 산돼지를 제물로 썼다고도 했다.

 그러나 민간인들의 멧돼지 사냥으로 인한 폐단이 적지 않게 되자, 정조는 서울의 포수들을 시켜 제물로 쓸 멧돼지를 사냥하도록 했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에게도 돼지는 풍요를 비는 제물이었으나 이슬람인들은 돼지고기를 금기시하고 있다.

 돼지는 체질이 강건해 어떤 기후나 풍토에도 잘 적응하는 잡식동물의 대표주자이면서 성장 속도가 조숙한 다산계(多産系)의 동물을 상징한다.

 민속에서 돼지는 길상(吉詳)과 재물의 신이다.

 돼지꿈은 용꿈과 항렬이 같다.

 집안에 모시고 믿음을 바치던 ‘업신’이 현실의 재물신(財物神)이라면 돼지는 꿈 속에서 재물을 상징하는 신이 된다.

 돼지꿈을 꾸고서 복권을 사는 뿌리가 이에 해당한다.

 돼지가 죽거나 신음하는 꿈, 돼지가 발톱으로 자기 얼굴을 할퀴는 꿈은 좋지 않은 징조로 생각한다.

 돼지꿈도 꾸기 나름인 것이다.

 (도움말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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