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사고를 보는 불편함
강릉 펜션사고를 보는 불편함
  • 송일섭
  • 승인 2018.12.2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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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는 불행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KTX 열차가 철길에서 뒤집히고, 서부화력반전 태안발전소에서는 한 젊은이가 벨트에 휘감겨 죽었다. 강릉 경포의 아라 레이크 펜션에서는 단체로 체험학습을 온 서울의 고3 학생들이 숨지거나 의식을 잃기도 했다.

그들은 지난 12월 17일 오후 3시경 2박 3일 일정으로 아라 레이크 펜션에 투숙했다. 부모의 동의를 받아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한 아이들이라고 한다. 세 아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아울러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이들의 쾌유를 빈다. 정부에서도 유은혜 교육부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이 현장으로 달려가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면서 대책을 강구하였지만, 이번 일 역시 뒷북 행정인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투숙객을 받는 업소라면 엄격하게 소방 및 안전 진단을 받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이 사건을 들으면서 두 가지를 상상했다. 하나는 펜션 사업에 대한 감독기관의 역할이 충분했느냐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고3학생들의 교육과정 운영이 적절한가에 관한 것이었다. 필자는 후자를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현행의 교육과정에서는 언제든지 이런 일이 개연성이 크다. 필자도 현장에서 이런 점을 늘 걱정했다. 아이들이 무엇을 체험하러 강릉까지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수학능력시험 이후 고3 교실이 무법천지라는 사실은 교육부에서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나왔다 해도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은 이미 정해졌고, 수능시험도 치른 상태에다 어떤 경우는 대학까지 결정되어 있으니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고등학교 수학능력시험 시기를 재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조희연 교육감이 닷새간의 교사 체험을 하고 한 말이 ‘더 이상 가르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는데, 수능시험 이후 고3 교실은 어떠하겠는가.

필자도 한때 일반계 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였으니 수학능력시험 이후 아이들이 신청했던 ‘개인체험학습’의 실상을 잘 안다. 그 중에는 부모와 함께 여행을 가거나 친척집을 방문하는 등 의미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저희들끼리 어울리면서 일탈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동반 여행을 하는 경우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실상은 저희들끼리 어울려서 놀러 다니면서 온갖 못될 짓은 다 하고 다닌다.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고3 학생들의 교육과정은 사실상 완전히 끝나는 셈이다. 물론 교육청의 지시에 따라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지만, 대부분 형식적이다. 영악한 아이들은 더 이상 학교의 통제에 따를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 상태다.

이것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해마다 수학능력시험 이후에는 이런 사태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묵묵부답이다. 수능이후 생활지도 대책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내리지만, 이것처럼 진부한 것은 없다.

필자는 고3학생들의 교육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려면 수학능력시험과 대학입시를 2학기 교육과정을 마친 후에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시관련 행사들이 방학이 시작될 무렵에 시작되니 아이들이 엉뚱한 일을 할 수 없다. 아이들은 자신이 최후까지 최선을 다한 내용으로 대학에 지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여름방학이 끝나면 수시전형이 시작된다. 곧 바로 합격 여부가 판명된다. 합격한 고3 아이들은 그 순간부터는 대학생이나 다름이 없다. 교실의 아이들은 예비대학생과 수험생으로 양분되면서 학습 분위기는 급격하게 엉망으로 변해버린다.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정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차라리 수능시점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완료하고 바로 졸업시키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통제도 못하면서 아이들을 붙들고 있는 것은 그 시간의 길이가 길수록 위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사후 약방문식 처방에 너무 익숙하다. 이렇듯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이 도외시된 상태에서 부모의 동의서를 받았느니 또는 개인체험활동을 신청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행 고3의 교육과정은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심도 있는 논의를 촉구한다.

 송일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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