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학생부 미기재, 극심한 온도차
학교 폭력 학생부 미기재, 극심한 온도차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8.12.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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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논의 필요성에 한 목소리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학교 폭력 가해 사실 학생부 기재를 6년만에 폐지키로 합의한 가운데 또 다시 찬반 양측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맞서고 있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생활기록부에 학교 폭력 기재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었고 결국 진보 교육감들과 교육부의 입장만 엇갈린 채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미기재를 추진키로 하면서 당시 갈등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전주 풍남중 인성인권부장 황종락 교사는 “학교 폭력이 발생되는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한데 겉으로 드러난 행위만 보고 벌을 주고, 학생부에 기록까지 남기고 있다”며 “지금도 가해 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은 추후 개선되는 점을 지켜보고 졸업할 때 삭제시켜주고 있는데 굳이 학생부에 기재해 겁주는 방식은 교육적 차원에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연대 장세희 전북지부장은 “학폭 문제는 원인을 파악하고 교육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피·가해 학생으로 나누는 것에 치중돼 있는 측면이 크다”며 “가해 학생의 징계 조치를 학생부에 기록까지 한다는 것은 서로간의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 교육시스템에서 학생부 기재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도 적지 않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은주 씨(43·전북 김제)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제대로 잘 운영된다면 굳이 기재를 안 해도 되는데 간접적으로 지켜봐온 바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사안에 대해 위원들마다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납득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씨는 “교사들이 학폭 사안을 업무 과다로 보는 것도 문제다. 학생들의 성향, 특성을 가장 잘 알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교사인데 학폭을 행정 업무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현실에 실망이 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학생부 기재를 폐지한다는 것은 학폭의 근본적인 해결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수정 씨(48·전북 군산)씨도 “요즘 학생들의 범죄 행위 수위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들에 대해 대응책이나 심각성은 인지하지 못하고 학생부 기재 여부만 따지고 있다”며 “더군다나 가해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학생부 기재를 폐지한다는 것은 피해 학생들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학생부 기재 폐지를 두고 온도차가 극심한 가운데 교육 당국이 학교 폭력 학생부 기재 폐지 추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절실하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학생부 기재 여부도 중요하지만 학폭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역시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양복심 전북민주시민교육센터 조정관리팀장은 “이번에 전국 시도교육감이 학교 폭력 사실 학생부 기재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징벌적 개념이 아닌 새로운 해결 방식으로 가기 위한 첫번째 시도일 뿐이다”며 “선언에만 그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접근해 나갈 것인지 양 측 입장을 공유하고 설득할 수 있는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양 팀장은 “학교폭력 범위가 물리적 행위에서 사이버불링(사이버상의 괴롭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돼 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며 “이제는 학폭 문제를 상담 형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분쟁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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