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기부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
생활 속 기부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
  • 최규명
  • 승인 2018.12.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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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차게 달려왔던 2018년 무술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12월이면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고 다가올 2019년 기해년 새해를 계획하는 시기다. ‘나눌수록 커지는 행복’, ‘당신의 작은 나눔이 세상을 밝힌다.’라는 말과 함께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거리에는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지고, 연말 기부의 상징이 돼버린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특히 전주 시민은 이맘때면 궁금증과 시선이 노송동으로 쏠린다. 올해도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나 나눔의 씨앗을 뿌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매년 추운 겨울이면 돈을 놓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돈을 넣어둔 상자를 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기부천사가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한 사람의 선행이 행복 바이러스가 돼 익명으로 기부하는 ‘천사’가 전국적으로 많아졌다고 한다. 대구에서는 일명 ‘키다리 아저씨’, 전남 해남과 전북 완주, 정읍에서도 수년째 ‘얼굴 없는 천사’들이 나타나 라면과 백미, 성금 등을 기탁하는 선행이 이어져 세밑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

 올겨울은 유난히 강한 한파가 예고되어 있어 소외 계층에게는 더욱 힘든 겨울나기가 예상된다. 겨울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지는 계절이다. 물론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고대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었다. 굶주리거나 어려운 사정에 있는 이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줄어든 이유가 내성이 생기거나 사회의 한 현상으로, 본래부터 있었던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애써 외면하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에 씁쓸해진다. 연말이면 연례행사처럼 각계각층에서 사랑의 선물을 안겨주는 물질적인 후원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갈수록 온정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경제적으로 힘들면 이웃에 대해 생각이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국민들은 경기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선뜻 나눔을 실천하기 힘들어졌을 것이다. 여기에 기부단체의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 실적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어 이에 대한 불신 탓도 있다. 얼어붙은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모금액수와 사용처를 기부자들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기부금의 투명한 운영이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평생 파지를 줍거나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을 쾌척하는걸 보면 기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생활 여건 속에서도 돈이 많건 적건 피땀 어린 재산을 기부해 감동을 준 이들이 적지 않다. 결국 기부는 여건이 풍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나누는 작은 마음일 것이다. 기부는 꼭 돈이나 물질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돈을 직접 전달하는 전통적인 방식만이 기부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여 김장김치, 식사 대접, 연탄 배달 등 각자 할 수 있는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광고 상품 참여를 유도해 수익 일부를 회원과 자선단체에 돌려주거나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 모금에 보태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누구나 기부를 할 수 있는 간접기부의 한 형태로 젊은층까지 쉽게 기부를 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유익한 손해는 다시 이익으로 환원된다.’는 말이 있듯이 작은 기부와 나눔으로도 우리가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은 더 크고 깊어진다. 또 사회 전반에 걸쳐 나눔과 기부 문화가 확산하여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거창하게 양극화나 소득 불균형 해소가 아니더라도 주변 이웃에 대한 작은 손길이 사계절 내내 꾸준한 기부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선, 기부금을 받는 기관의 변화와 연말에만 쏠려 있는 기부문화 역시 바꿔야 한다. 공동체와 다른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것은 가치 있는 삶의 한 방법이다. 힘들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운 기부문화를 조성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기업이나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는 진정한 기부문화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 것이다.

 최규명 LX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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