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기업, 전기 반값 공급 어떤가
새만금 기업, 전기 반값 공급 어떤가
  • 김창곤
  • 승인 2018.12.26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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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 프랑스혁명의 혼란으로 물가가 앙등했다. 혁명 리더 로베스피에르는 아이들에게 먹일 우윳값을 내렸다. 정부가 정한 최고 가격을 넘기면 단두대로 보낸다. 결과는 기대와 정반대로 우유 값 급등이었다. 우유는 공급부터 줄었다. 사료비조차 건질 수 없던 농가들이 젖소를 도축해 팔아버린 것이다.

 정부가 이번엔 사료 값을 통제했다. 그러자 사료 공급마저 줄었다. 우유는 결국 폭등한 가격에 암시장에서 거래됐다. 부자만 마셨다. 로베스피에르의 인기는 몰락했다. 국왕 부부 등 수많은 사람을 처형한 단두대에서 그가 생을 끝내면서 공포정치도 마감됐다. ‘로베스피에르의 우유’는 선의의 시책이 나쁜 결과를 낳은 사례로 흔히 인용된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1958년 ‘대약진 운동’을 시작했다. 농업 생산을 배가하겠다며 농민들을 자급 공동체인 ‘인민공사’에 배치했다. 인민공사는 공동급식소 탁아소 양로원까지 두어 가정을 대체했다. 기계 아닌 사람 힘으로 철강도 생산하겠다며 빈터마다 재래 용광로도 세웠다.

 대약진은 그러나 3년만에 기근의 참극으로 끝났다. 2,000만 명 넘게 굶어 죽은 것이다. 대흉작은 마오의 참새 박멸 지시에서 비롯됐다. 참새를 향해 그물을 던지는 대량 포획으로 생태계가 깨지면서 병해충이 창궐했다. 농민들은 철강 할당량을 채우려 밥솥까지 녹였으나 쓸모없는 쇳덩이로 버려졌다.

 로베스피에르는 이름 앞에 늘 ‘부패할 수 없는(incorruptible)’이란 수식이 붙었다. 고향에서 사형선고 서명을 고민하다가 판사를 사임했던 그는 혁명 후 의원 세비로만 살았다. 지위를 이용해 어떤 사적 이익도 얻지 않았다. 목수의 집에 하숙하며 주인 딸을 사랑해 약혼했고 죽을 때까지 가난했다. 그는 달력을 바꿔 한 주를 10일, 하루를 10시간, 1시간을 100분, 1분을 100초로 고쳤다. 1년 열두 달은 30일씩이었다. 남은 날은 축일이었다. 그의 몰락은 ‘시장’을 외면한 데서 비롯됐다. 마오는 절대적 카리스마로 성인(聖人)의 지위까지 누렸다. 대약진 실패는 과학기술보다 이념의 무오류성을 과신한 데 따른 것이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 사업을 놓고 여와 야, 탈원전 찬·반 진영 사이 논쟁이 뜨겁다. 정부가 2022년까지 민자 10조원을 유치, 새만금 안팎에 4GW급 태양광 및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사업이다.

 당장 사업 타당성부터 시빗거리다. 발전효율 15%인 이곳 태양광 및 풍력으로 얻는 전력은 신한울 원전 한 기(1.4GW)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가 중단시킨 신한울 3, 4호기 원전의 한 기 건설비는 3조7,000억원이다. 태양광 패널 수명(20년. 원전은 60년)까지 감안하면 이 사업의 단순 경제성은 원전 사업의 10%에도 못미친다. 물론 민자 유치 동력은 8조원에 이를 전력생산 보조금이다.

 사업이 새만금 미래를 위한 것인지, 탈원전 정책의 쐐기를 박자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전북도민이 적지 않다. 동기가 어떻든 30년 염원이 깃든 빈 땅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절박함이 어렸다. 문제는 이해가 복잡하게 얽히고 사업 전망이 불분명한 초대형 사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데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미래를 향하되 현실도 살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더욱 값싸고 질 좋은 전력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되 최고 기술로 해외를 겨냥해온 원전도 방어해야 한다. 탈원전이 ‘정의’와 짝을 이룬다면 안될 말이다. 정의는 독선, 오만, 오류와 짝이 될 수 있다.

 사람 일에 무오류는 없다. 에너지는 현실이고 색깔이 없다. 엉뚱하지만, 새만금을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온갖 미래 에너지를 육성하는 특구로 만들고 이곳 입주 기업들에 반값 전기를 공급하면 어떨까.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전력이 국내에서도 개발되고 있다. 여러 이유로 아직 기업 유치가 부진하지만, 새만금은 기회의 땅이다. 20년 뒤 철거될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에 보조금 8조원을 들여 민자 10조원을 끌어올 수 있다면, 그 중 절반을 뚝 떼어 같은 인센티브로 다른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유치할 수는 없을까.

 김창곤<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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