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녹인 단칸방 할머니의 이웃사랑
한파 녹인 단칸방 할머니의 이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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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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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해 지속한 경기침체와 함께 추워진 날씨에 연말연시 차량과 인파가 넘쳐나던 거리가 한산한 느낌이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 만큼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사랑을 나누는 구세군 자선냄비도 썰렁하기 그지없다. 구세군에 따르면 올해 전북지역 구세군 모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가량 줄어들었다. 구세군 모금 자원봉사자로 나선 한 시민은 “성탄절 분위기도 점차 사라지고 익숙했던 구세군 모금 모습도 사라지는 것 같다”면서 각박해진 사회 분위기를 아쉬워했다.

 전라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도 미지근하다. 올해 모금목표액 75억 원 가운데 26억 원이 모금됐다.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의 1%인 7,500만 원이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올라가는데 온도계가 현재 50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전라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19년 1월31일까지 2달간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올해 목표달성이 어렵다. 연말연시 많은 이웃의 동참이 기대되나 아쉬움을 주고 있다.

 세상이 각박해져 가고 있는 이때 얼어붙은 이웃의 마음을 녹이는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전북의 한 80대 할머니가 한평생 모은 돈 2,000만 원을 사랑의 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것이다. 다섯 평 남짓한 단칸방에 사는 할머니는 쇠약해 거동도 힘들 상태여서 전북사랑의 열매 관계자가 차마 거금을 받기 어려워 마음은 감사하지만, 여생을 쓰시라고 수차례 권유했으나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장학금으로 써 주길 바란다“고 단호한 의지를 전했다 한다.

 허름한 단칸방에서 자신의 뼈와 살을 깎아가면서 평생을 모은 거금을 기부한 할머니의 큰 사랑이 자선냄비를 무심하게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이웃에게 조그만 정이라도 나누고 이웃의 상처를 감싸주는 훈훈한 지역사회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한다. 할머니의 헌신적인 마음이 널리 펴져 연말연시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를 뜨겁게 달궜으면 한다. 자선냄비 앞에서 울려 퍼지는 사랑의 종소리가 시민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이웃에 온정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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