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형상과 여백 속에 정신성을 구현하다
흑과 백, 형상과 여백 속에 정신성을 구현하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2.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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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승 정년퇴임회고전

 화업 50여 년을 맞은 한국화가 이재승씨가 제14회 개인전이자 정년퇴임회고전을 25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전주교동미술관 1, 2관에서 개최한다.

 그동안 몸 담았던 예원예술대학교 미술조형학과에서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 교수가 고향 전주에서 오랜만에 전시를 열게된 것이다.

 1관에서는 지금까지 작가가 작업해온 50년의 작품들을 선별해 전시하고, 2관에서는 ‘심상-명상’이라는 테마로 작업해온 근작들을 선보인다.

 이 교수는 한국화의 근본이 되고 있는 ‘정신성’에 대한 고민을 작품 속에 담고 있다. 흑과 백, 형상과 여백 속에서 자신의 철학을 담아내는 방식이다. 그 비움과 채움의 공간은 이분법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상생을 위한 공간이며, 흑과 백은 단절된 사물들과의 소통과 관계의 출발점이자 생명의 원천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특히 서양과 동양의 미의식이, 근본 원리부터 다름을 주장하고 있다. 서양은 자연을 인간과 분리되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형성하고, 동양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선보이는 ‘심상-명상’ 연작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보는 일원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이해득실은 물론이거니와, 옳고 그름, 삶과 죽음까지도 하나로 보는 견해인 것이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이 순환되는 우주원리를 묵의 조형세계를 통해 표현해내고 있다. 형상의 번잡스러움이나 구체적인 설명, 정형화된 이미지들을 제거하고, 오로지 수묵에 의한 분방한 기운과 비정형적인 조형으로 우주의 원리를 존재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의 초기 작품들이 사물과 자연의 외형적인 형상에 대한 탐구였다면, 근작들은 사물의 본질, 그 자체에 대한 탐구로 귀결되고 있다. 외적으로는 한결 더 단순화되고 간결한 특성을 보이면서도, 작품의 깊이나 내재적인 의미는 더 깊어지고, 심오해진 것이다.

 장석원 평론가는 “서양의 어떠한 작가로부터도 느낄 수 없는 독창성이 거기에 있으며, 한국화라는 장르를 떠나, 회화로서, 또 정신성을 지향하는 예술적 표현으로서, 이보다 독보적인 경우를 많이보지 못했다”며 “이재승의 절제성과 담백한 여백의 정신성은, 전주가 갖는 전통문화와, 오늘의 현대 문화가 배합되면서 형성된, 독특한 개성에서 비롯된다”고 평했다.

 전주 출생으로 홍익대 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과 전주, 포항, 부산 등에서 이미 열네 번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미국, 독일, 홍콩, 서울 등의 국제적인 아트페어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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